잊을 수 없는 그돈 (1탄)

행동반경1m 작성일 09.09.23 01:10:30
댓글 0조회 546추천 1

 

6.25 나고 서울수복 뒤에 전라도 광주에서 형님이 계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저한테 광목 두 필을 사주면서 "여기서는 광목 한 필에 만 원이지만

서울에 가면 3만 원이다. 그러니까 이 광목을 가져가서 형님한테 주고

 

돈으로 받아써라." 그러셔요.

광목을 가방에 넣었으니 육로는 위험할 것 같아서

 

서해안 뱃길로 가려고 어선을 탔습니다.

백 톤짜리 배인데도 바람이 불어서 상당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군산에 도착했더니 통화개혁이 일어났어요.

광목을 들고 다니는 게 귀찮아서 '이걸 서울까지 들고 갈 게 아니라

 

군산시장에 가서 팔아버려야 되겠다.' 생각했어요.

 

광목을 들고 군산시장에 갔더니 신지폐로는 2만 원인가

3만 원을 주는데 왜 그런지 구지폐로는 7만 원을 주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구지폐로 받아서 신지폐로 바꾸면 상당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광목 두 필을 14만 원 받고 팔았어요.

광주에서는 2만 원 받을 건데 14만 원을 받았으니 횡재한 거죠.

 

이걸 신지폐로 바꿔야겠는데 배에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바꿀

돈이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여행자 증명이 있으면 한 사람에게 2~3만 원 정도를 바꿔줬거든요.

그래서 배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행자 증명 몇 개를 빌려 가지고

 

그 돈을 다 신지폐로 바꾸었지요.

그러니까 내가 굉장히 수완이 좋았던 거죠.

 

'야! 돈버는 것도 이런 식으로 연구하면 문제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배타고 바로 인천으로 왔으면 좋은데,

군산에서 서울까지 배 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서울로 가는

 

트럭을 타고 밤 열두 시에 서울에 도착했어요.

형님 집이 돈암동이었는데 그 밤중에 돈암동까지 걸어가는데

 

군인하고 방위병하고 서로 권총과 칼빈총을 들고 싸우고 있었어요.

그걸 구경하고 있는데 누가 헌병대에 신고하라고 해서

 

제가 헌병대에 연락하러 갔다 오는 사이에 그 사람들은

없어지고 돈가방도 싹 없어져 버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같은 패거리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형님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다음날 헌병대도 가보고

 

그 돈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결국은 못 찾았어요.

횡재처럼 돈을 벌었는데 다 없어져버리니까 역시 돈이라는 게

 

쉽게 번 것은 쉽게 사라지는 그런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 좋은글 중에서 -

행동반경1m의 최근 게시물

좋은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