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주도 산골에서 자랐습니다.
우리 집 바깥채에 할머니 한 분이 사셨는데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늘 저한테 담배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였는데 눈이 몹시 많이 온 날
담배를 사오라고 돈을 주셨어요.
담뱃가게까지 가려면 한 30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습니다.
눈이 오고 추워서 장갑을 끼고 할머니가 주신 돈을 들고
30분을 걸어서 담뱃가게에 가서 "담배 주십시오!"
하면서 손을 내밀었는데 돈이 없는 거예요.
장갑 낀 손이라 감각이 없어서 중간에 돈을
떨어뜨렸는데도 몰랐던 거지요.
돌아오는 길에 다 찾아봐도 눈이 쌓여서 찾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담배를 못 사고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는 할머니한테 차마 돈을 잃어버렸다는 소리를
못하고 가만히 있었어요.
그 후로 그 할머니가 우리 집에서 3년을 더 사셨는데
한번도 "내 돈 어떻게 했느냐?" 고 물어 보지 않으셨어요.
그리고는 돌아가셨지요. 그때 할머니한테
"돈을 잃어버렸어요!" 하고 용서를 빌었어야 했는데
그 돈으로 내가 사탕을 사먹었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야단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얘기를 못했던 것이죠.
요즘 어쩌다 제주도에 가게 되면 담배를 사가지고
그 할머니 산소에 갑니다. 미안하다고..........
그때 잃어버린 돈 때문에 제가 지금도
그 할머니께 용서를 빌고 있습니다.
- 좋은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