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아이스크림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쯤
부모님, 오빠, 나 이렇게 네 식구가
놀이공원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조금은 무더웠던 오후,
제 옆을 지나가던 유치원생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그냥 빼앗아 먹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뜬금없고
생각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해버렸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오빠는
제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빼앗아
아이에게 돌려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유치원생이 울음을 터트렸고
유치원생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이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누가 봐도 오빠가 유치원생의 아이스크림을
빼앗은 모양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날 저녁 오빠는 아버지께 심하게 혼이 났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빠는 그 때 아직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서로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있는 지금까지,
오빠와 그때의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먼 과거의 일이지만,
지금 와서 그 때 왜 사실대로 말 안 했냐고 물어도
멋쩍어하며 웃어넘길 오빠지만,
이제와 말하고 싶습니다.
오빠...
어째서 그 어린나이에 기사도 정신을 발휘한 거야?
항상 고맙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단 말이야.
아, 그리고 혹시 오빠 아들에게 매를 들 일이 있으면
자초지종을 충분히 물어보고 매를 들어.
오빠 아들이잖아. 혹시 알아?"
- 김금숙 (새벽편지 가족) -
아무리 작고, 사소하고, 오래된 것이라도
반짝반짝 빛나는 법입니다.
- 여러분의 가족! 오늘 빤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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