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는 아이
(꼭 읽어 주세요)
국민 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문득 교실 안에 냄새를 풍기며
꾀죄죄한 옷을 입은 건희가 보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건희는 혀가 꼬인 채로
말을 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선생님이 국어시간에 책 읽기를 시켰는데
건희는 몇 줄 못 읽고 자리에 털썩 앉아버립니다.
"건희야, 어디 아프냐?"
걱정하며 가까이 와본 나이 지긋한 선생님은
건희가 술에 취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셨습니다.
"나이도 어린데 벌써부터 술을 먹으면 어떻게 하느냐!"
건희는 호되게 종아리를 맞았는데도
그날 이후 여전히 술에 취해서 학교에 왔습니다.
선생님은 질린다는 얼굴로 계속 매를 드셨습니다.
"또 술 먹었냐? 언제 정신 차릴래?"
손바닥이고 종아리고 멍이 가실 날이 없는데
건희는 절대로 울지 않았습니다.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자습하라고 하면서
건희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또 혼나는 건가?... 걱정이 된 저는 복도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어 보았습니다.
동네 이장 어르신이 선생님을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건희는 집안 사정 때문에 동생이랑 둘만 있는
처지라는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장께서 "집 근처 양조장에서
이 아이가 술찌꺼기 주워 먹는 걸 보고...
놀라서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한동안 멍한 얼굴로 건희를 바라보았습니다.
"술찌꺼기라니...!
너 그래서 계속 술에 취해있었던 거구나."
한참 만에 고개를 푹 숙인 건희가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선생님...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보니 어쩔 수 없었어요."
뒤늦게 친구들도 상황을 알게 되자
너도나도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교실은 울음바다로 변했습니다.
- 김혜자 (새벽편지 가족) -
대다수 우리의 아버지가 이렇게 자랐습니다.
- 지금의 우리는, 이들의 고통을 닫고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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