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지역으로 통하는 길로 접어드니 바람을 타고 퀴퀴하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괴롭혔다. 차 안에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찾아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어떤 말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중소 도시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군데군데 뒤집혀 있는 차량들, 지붕만 남아 논바닥에 자리를 틀고 앉은 집들이 간간히 보이고, 그나마 형체를 갖춘 건물은 열 채도 안 된다. 한 마디로 살아 있는 지옥이다.
- 류승일의《쓰나미,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 중에서 -
* 쓰나미. 자연이 주는 무서운 경고입니다. 사람이 몰고오는 쓰나미도 있습니다. 한 사람의 몸짓이 한 사람의 재앙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 모든 사람의 공동체마저 쓸어내 버리는, 자연의 쓰나미보다도 더 무서운 재앙입니다. 경고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희망의 쓰나미'가 몰려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