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속 아버지 / 유희경
지갑을 잃어버리고 난 다음에야, 나는 코트 속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는 길고 가느다란 담배를 물고 있었다 젖은 발처럼 내 코트 속 아버지 어떻게 해야 우리는 낯섦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버지를 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새들이 날아오른다 나는 분명히 보았다 그 흐릿한 자국들 코트 속 아버지는 아직도 춥고 나는 망설인다 아버지 왜 그러냐 좋으세요 좋을 리 없지 않겠니 그런데 왜 그러셨어요 그 질문은 내가 해야지 나는 사라져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가로등과 가로수 사이 잎들이 흔들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싸워야 하는군요 같은 코트 속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