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선수
제가 열여섯 살 때,
흑석동에서 우연히 조정 훈련을 보게 되었죠.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일몰이 빨갛게 비치는 물살을
검은 물방울을 뿌리면서 가르던 조정보트..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저는 당장 조정에 입문했습니다.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아도 훈련만으로도 즐거웠고,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과도 너무 친했습니다.
조정 경기장은 저에겐 집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20대 중반까지
저는 조정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제가 조정을 할 수 없는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허리디스크였습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조정경기를 할 수 없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재활훈련을 다 마치고 꼭 돌아오겠다."
그렇게 친구들과 약속을 하면서 돌아섰지만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다음' 은 없다는 것을.
몇 달간 집에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수시로 울고 잔뜩 먹고 다시 잠들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죠.
조정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며..
제가 힘들어한 만큼의 시간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요.
저는 지금 인터넷쇼핑몰을 준비 중입니다.
조정만큼 제 마음을 흔드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 김지성 (새벽편지 가족) -
손에 쥐었던 것을 놓쳤다고 울고 있는가.
괜찮다.
빈 손으로
다시 새로운 것을 쥐면 된다.
- 열렬한 기쁨도 깊은 슬픔도 결국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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