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도 소설을 위한 권위 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단순하고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 남이야 소설에도 효능이 있다는 걸 의심하건 비웃건 나는 나의 이야기에 옛날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야기에 거셨던 것 같은 다양한 효능의 꿈을 걸겠다.
- 박완서의《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중에서 -
* 얼마전 돌아가신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은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셨습니다. 그 분은 꽃밭에서 살다 가신 분이 아닙니다. 역사의 진흙밭에서 몸부림치며 살았던 이야기가 그분으로 하여금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만들었습니다. 삶이 곧 이야기입니다. 꿈이 곧 이야기입니다. 삶이 풍요롭고 치열하면 이야기도 풍요롭고, 꿈이 아름다우면 그의 삶과 이야기도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