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씨 받아놓은거 심었더니 이렇게 컸어요..
엄마 해바라기 좋아하잖아.그래서 사진 찍었지.."
안부 편지와 함께 딸아이는 노란 해바라기를 뒤로하고
찍은 사진속에서 웃고있었다.
결혼생활 23년째,스물여섯에 세살 위 남편과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뒤 2개월쯤 뒤부터 남편이 달라졌다. 그는 권위적이었고,
술에 취하면 아이들과 내게 손찌검까지 했다. 난 아이들과 집을 나오고야
말았다.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고,큰애가 취학연령을 넘겨 발을 동동
구를 무렵 남편이 다시 시작하자고 찾아왔다. 난 아이들을 생각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평온은 한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가 휘두른
낫에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남편은 전혀 딴
사람이 되었다..
그 휴우증일까? 기억력이 많이 나빠졌는데, 참 신기하게도 그때 초등학생
이던 딸애가 쓴 '가족'이라는 제목의 작문 숙제만은 잊혀지지 않는다.
<해바라기는 해를 보지 않는다.꽃 피는 동안만 해를 바라볼뿐,씨가 생기면
영영 고개를 들지 않는다. 해바라기는 해보다 자기 씨앗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해바라기처럼 그렇게 사랑해야 하는게 가족인것 같다. 오늘 뒷마당
에서 고개숙인 해바라기를 보았다. 검은 씨들이 잘도 여물었다.태풍도 여름
장마도 잘 견뎌주었다. 마치 우리 가족처럼...>
해바라기가 해를 버린 희생. 그 행위로 품어 지킨 몇알의 결실들을 위해
용서가 필요한것이 아니겠는가.. 가족이란 바로 그런것이다. 우리 가족은
이제 평화롭다. 그 글을 읽은 뒤부터 내가 해바라기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딸아이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