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는지 잘 안 보여서 뜨개질을 할 수 없구나.”
5년 넘게 취미 삼아 뜨개질하시던 친정 엄마의 말을 흘려듣고 말았다.
형부와 남편이 같이하던 무역 회사가 부도나고, 그 충격 때문인지 형부는 말기 암 투병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마흔 넘어 결혼한 언니가 행복하길 바랐는데, 조카 둘을 남기고 허망하게 가 버린 형부를 원망조차 할 수 없었다.
그즈음 언니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
시누이가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언니를 붙잡을 수 없던 팔순 노모는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에 배웅조차 못하셨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1년여가 흐르면서 언니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방학이면 조카들을 데리고 친정에 오는데, 엄마는 손자를 잘 못 알아보셨다.
혹시나 해서 안과에 모시고 가니 오래전 한쪽 눈이 실명되었다고 했다.
사업에 실패한 사위와 남편 잃은 딸의 아픔 때문에 당신의 상태를 감추신 것이다.
엄마가 뜨개질할 수 없다고 하셨을 때, 발을 헛디뎌 넘어지셨을 때, 책을 밀어 놓으셨을 때도 내 상처만 생각하느라 엄마를 보지 못했다.
3년 동안 한쪽 눈으로 불편하게 생활하셨을 엄마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엄마는
“괜찮다! 80년을 두 눈으로 살아서 한 눈으로도 불편하지 않으니 너희만 잘 살면 되는 거다.” 하셨다.
엄마를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싶은 날이었다.
문화산책 좋은생각 - 어머니의 눈 (난 괜찮으니 너희만 잘살면 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