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엄마

온리원럽 작성일 13.03.10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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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다급하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열아홉 살 미혼모가 병원에서 출산한 뒤 갈 곳이 없어 아기와 머물 장소를 찾는 중이었다.
전화 받는 순간 모든 법적 절차를 뒤로하고 속히 들어올 수 있도록 안내했다.

다음 날 그 흔한 아기 이불 하나 장만하지 못해 검은 점퍼에 아기를 싸서 안은 열아홉 살 엄마와 젊은 남자, 그리고 중년의 남자가 상담실로 들어왔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기를 낳은 충격에 세수도 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구세군 두리홈(미혼모 보호 시설)에 찾아온 듯했다.

나 역시 많이 놀랐지만 일단 아기와 아기 엄마를 방으로 보낸 뒤 따뜻한 녹차를 내밀었다.
짐작대로 젊은 남자는 아기 아빠였고, 나이 지긋한 남자는 아기 엄마의 아빠였다.
아기 엄마는 젖먹이 때부터 부모님의 이혼으로 몇 차례 새엄마와 살았지만 가정은 오래가지 못하고 번번이 깨졌다.
아기 엄마는 할머니 집에서 자라다가 지금은 아버지와 둘이서 산다고 했다.
친정 엄마의 사랑도 느끼지 못한 채, 홀로 엄마가 되기까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힘들게 입덧하면서도 가족에게 투정 한 번 부리지 못하고 열 달 동안 임신 사실을 숨기면서 학교를 다닌 것 같았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영락없는 엄마처럼 속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 듯 옆에 누운 아기 천사는 새근새근 잠들었다.

어른도 힘든 출산을 열아홉 살에 경험하며 아기와 비밀리에 나눈 약속은 무엇일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난 친정 엄마를 생각하며 아기와의 약속을 꼭 지키리라 다짐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스스로 엄마가 되고자 자청한 것은 아닌지.

나는 아기 엄마와 아기의 약속을 지켜 주고 싶었다.
물론 지금은 태어나 처음 입는 배냇저고리 한 장 준비하지 못해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먼 훗날 이 아기가 나의 천사이자 친구가 되기 위해 찾아온 유일한 생명임을 감사하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 엄마 마음을 이해하고 다시 어머니가 되는 그날까지 나 또한 어려운 선택을 한 미혼모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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