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 팬티

온리원럽 작성일 13.03.07 23: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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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앞에 자전거가 멈추고 은성이가 뛰어오며 소리칩니다.

“선생님, 오늘 내가 반장이다요.”

우리 유치원 수업 중에 반장 이야기 시간이 있습니다.
반장인 친구가 좋아하는 물건을 자랑하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은성이가 반장 이야기 시간에 빈손으로 나옵니다.

“선생님, 우리 할머니가 해 줬다요.”

짧아진 내복에 토시처럼 예쁜 천을 덧대 소매를 늘려 주었습니다.

“우와! 정말 좋겠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복이네.”

“에게게. 그게 뭐냐?”

친구들이 놀려 댔지만 은성이는 손을 높이 들고 반짝반짝 흔들어 보였습니다.
은성이 아빠는 뱃일하다 돌아가시고 엄마는 돈 벌러 시내에 나갔습니다.
그래서 은성이는 할머니와 누나랑 삽니다.
은성이가 할머니와 누나를 얼마나 잘 챙기는지 간식이 나오면 할머니 드린다고 남겨 가고, 눈이 나쁜 누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학교에 옵니다.

“알나리깔나리 내복 팬티래.”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은성이를 놀렸습니다.
은성이가 무릎 닳은 내복을 싹둑 잘라 팬티로 입고 왔거든요.

“저게 무슨 팬티냐? 걸레지.”

영호가 낄낄거렸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은성이가 친구들을 밀고 영호를 받아 버렸습니다.
마침 대걸레가 영호 얼굴로 쓰러져 코피가 터졌지요.

“이거, 우리 엄마가 보내 준 거야! 내 생일에 사 준 거라고!”

은성이가 바지춤을 올리며 씩씩거렸습니다.
며칠 뒤 점심시간.
은성이가 식판만 내려다보았습니다.

“은성아, 왜 안 먹어? 미역국 싫어?”

“아침에 미역국 먹었는데요, 뭐. 엄마는 거짓말쟁이예요. 내 생일에 파워 레인저 사 가지고 온 댔으면서…….”

은성이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입학식에 할머니 손을 잡고 와도, 운동회 날 엄마 없이 무용해도 울지 않던 은성이.
친구들이 걸레 팬티라고 놀려도 당당하게 바지춤 올리던 은성이가 울었습니다.

“은성아, 파워 레인저처럼 할머니랑 누나 지켜 준다면서. 그러려면 밥을 많이 먹어야지.”

은성이에게 숟가락을 쥐여 주며 밥을 먹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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