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첫아이에게 예방 주사를 맞히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했다. 외출 준비는 처음 글씨를 쓰는 아이처럼 서툴렀다. 필요한 물건만 챙긴다고 넣은 가방이 금세 임신부 배처럼 불룩해졌다. 문득 예전에 조카 물건으로 가득 찬 언니 가방을 보고 피난 가느냐고 놀려 대던 기억이 떠올라 살짝 미안해졌다.
부랴부랴 운동화를 꺼내 신고 밖으로 나왔다. 얼마쯤 걸었을까. 저 앞에서 걸어오던 아주머니가 나를 지나치는가 싶더니 뒤돌아 뛰어와 다급하게 나를 불러 세우셨다.
“잠깐만요”
“네?”
“운동화 끈이 풀렸어요. 잠시만 기다려요”
그분은 멍하게 서 있는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팔랑거리는 운동화 끈을 얌전히 묶어 주셨다.
“다 됐어요. 엄마가 끈을 밟아 넘어지면 아기도 큰일 나요. 조심해서 가요”
“감사합니다”
낯선 사람의 안전을 위해 가던 길을 되돌아와 운동화 끈을 묶어 주신 아주머니. 그분의 배려 덕분에 하루 종일 마음이 훈훈했다. 그 뒤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나와 한 달 차이로 아이를 낳은 친구와 길을 걷는 중이었다. 앞서 가던 친구의 운동화 끈이 풀린 걸 발견했다. 나는 끈을 묶어 주며 아주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너도 그런 일 겪었어? 나도 예전에 한 아주머니가 신발 끈이 풀렸다면서 묶어 주셨거든. 이 동네에 사신다고 했는데. 혹시 같은 분 아니야?”
우리는 같은 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