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소개로 군인인 남편을 처음 만났다.
결혼해서 살다 보니 남자다워 보이던 성격은 무뚝뚝하게, 성실함은 일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보였다.
가장 큰 불만은 친정보다 시댁을 우선시하는 남편의 태도였다.
하필 아버지 제삿날과 시댁의 제삿날이 하루 차이라 늘 가지 못해 엄마 혼자 제사를 지내셨다.
한 달 전 제사 때였다.
엄마가 몸살에 걸려 조심스레 남편에게 부탁했다.
“여보, 이번 제사 때는 친정에 가면 안 될까? 엄마가 많이 아프셔.”
“그럼 음식은 누가 해?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서운했다.
그런데 제삿날, 시댁에서 음식을 준비하는데 어머니가 친정에 가보라며 차비까지 쥐여 주셨다.
남편이 이야기한 모양이었다.
나는 버스를 타고 남편에게 전화했다.
“여보! 나 지금 친정 가. 당신이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어?”
남편은 고맙다고 말하기도 전에
“바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친정집에 다다르자 남편차가 보이는 게 아닌가.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편이 아이들과 음식을 하고 있었다.
너무 놀라 아무 말 못하는 내게 친정엄마가 말씀하셨다.
“글쎄, 이 서방이 새벽같이 와서 수도랑 변기 뚜껑 고치고, 전구도 갈아 끼웠어. 장까지 봐 와선 저러고 있지 않니. 나보곤 일하지 말고 가만있으라면서.”
남편에게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나를 생각해 주는 남편의 사랑을 듬뿍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