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하다

온리원럽 작성일 13.04.06 03: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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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엄마는 샛노란 참외가 먹고 싶어 부산 장안사 앞 과일 수레 앞에서 멈춰 섰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아빠는 참외를 고르던 엄마에게 반해 말을 건넸다. “참외는 이렇게 껍질째 베어 먹어야 해요.” 그러곤 엄마의 참외를 덥석 쥐고 우걱우걱 씹었다. 둘은 짧은 대화를 나누며 버스 정류장까지 왔다. 엄마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아빠는 함께 버스에 올랐고, 느닷없이 엄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빠를 소매치기로 오해한 엄마는 소리를 꽥 질렀다. 아빠는 얼굴이 발개져서 “집에 가 주머니 함 보소.”라고 외치며 도망치듯 차에서 내렸다.

주머니 안에는 아빠 이름, 집 전화번호 그리고 “6월 4일 두 시에 온천장 백양 다방에서 봅시다.” 라고 적힌 담뱃갑 은박지가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날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했다. 며칠 뒤, 엄마는 호기심에 아빠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아빠의 엄마, 즉 우리 할머니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드디어 전화가 왔네. 아들이 아가씨 전화 오면 연락처 꼭 받아 놓으랬어.” 간곡한 부탁에 엄마는 직장 전화번호를 불러 주었고, 할머니는 받아 적으면서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이튿날 마침내 두 분은 연락이 닿았다. 휴대 전화가 없던 시절, 부모님은 기다림과 간절함으로 사랑을 만들어 나갔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값지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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