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이면 열두 살, 열 살 두 아들과 목욕탕에 간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두 아들을 씻기는 일은 무척 힘들다.
어느 날, 첫째가 “아빠랑 목욕하니까 정말 좋아요. 사랑해요!”라며 내 등을 밀었다.
그 한마디에 힘들었던 마음이 풀리면서 아이들과 벌거벗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친구 이름과 요즘 무엇을 공부하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자연스레 알았다.
그날도 느긋하게 온욕을 즐기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우람한 몸에 푸른 그림을 그린 ‘형님’ 한 명이 위풍당당하게 목욕탕을 누볐다.
둘째 눈에는 문신이 무척 신기했나 보다. 눈치 없이 이리저리 보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손으로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헤헤, 아저씨 그림 멋지네요.”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물기 먹은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그도 황당했는지 헛기침만 했다. 집에 와서 신신당부했다.
“아까 그 아저씨 같은 사람을 조폭이라고 해. 얼마나 무서운데.
다음부터는 그런 사람 옆에 얼씬거리지 마라!” 한데 그다음 주에, 몸에 멋진 그림이 있는 다른 ‘형님’이 목욕탕을 활보했다.
둘째는 그를 가리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아빠, 저 아저씨도 조폭이에요?” 머릿속이 하얘졌다.
집에 돌아와 씩씩거리며 둘째를 다그쳤다. “아빠가 뭐라 그러든?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했지!”
둘째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되물었다. “ 아빠가 있는데 뭐가 무서워요?”
나는 아이들 몸을 씻기지만 아이들은 내 마음을 씻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