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가 네다섯 살 때 일입니다. 집 앞 완구점에 소방차 모형이 전시되었습니다.
사이렌이 울리고 사다리도 자동으로 올라가서 정말 신기했지요.
아들 녀석은 완구점을 지날 때마다 소방차를 사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4만 원이나 하는 장난감을 살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해 질 무렵, 막걸리를 한잔한 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손자 손을 잡고 밖에 나갔다 오셨는데 녀석이 울었는지 눈가가 부었습니다.
아버지가 어리광을 잘 받아 주시니 또 말썽 피웠구나 싶었지요.
십여 일이 지난 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여니 아버지가 피곤한 모습으로 서 계셨습니다. 손에는 소방차를 들고 계셨고요.
몇 주 뒤 어머니에게 소방차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손자 손에 이끌려 완구점에 가셨습니다.
울며불며 사 달라고 조르는 손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밤잠 못 이루다
이튿날부터 사흘 동안 남의 일을 하고 받은 삯으로 소방차를 사셨답니다.
손자에게 하루빨리 전해 주기 위해 십여 리를 걸어오셨고요.
그날 밤 오랜만에 편안하게 주무셨다는 말씀에 눈물이 났습니다.
어느덧 성인이 된 아들 녀석에게 가끔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합니다.
그때마다 아버지의 크신 사랑에 가슴이 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