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에서 출납 일을 하던 한겨울, 시장 다니면서 돈 걷는 파출 업무까지 맡으면서 허리가 망가졌다.
간호사인 언니와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에게 허리 수술을 반드시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당장 하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눈물이 펑펑 났다.
겨우 스물네 살에 허리 수술을 한다는 것이 슬퍼서…….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녀도 결론은 똑같았다.
수술 안 하면 걸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엄마가 교통사고로 입원하신 터라 나 혼자 간단한 물건을 챙겨 수술받으러 갔다.
혼자 입원하러 온 나를 보고 환자분들이 환자는 언제 오느냐고 물으셨다.
“제가 환자예요.”
라고 말하니 모두 웃으며 환영해 주셨다.
허리 수술을 잘못하면 다시 못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잔뜩 겁먹었는데 다행히 수술은 잘되었다.
그해 겨울 온종일 병실에 누워 공부한 끝에 방송 통신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마땅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허리에 무리가 갈까 겁나서였다.
백수로 몇 달을 지내다 대학 1학년 때 동사무소에서 즐겁게 아르바이트한 기억이 떠올라 집 근처
동사무소에 공공 근로를 신청해 일했다.
그러던 어느 휴일, 친구에게 만나자고 전화하니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학원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 갔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자극받아 나도 공무원 시험공부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다음 날 바로 학원에 등록하고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2년간 1~2점 차이로 아깝게 낙방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 건 학원에서 만난 전직 사무관님 덕분이다.
그분은 내가 시험에 떨어지자 속상하셨는지 화난 목소리로
“너한테 실망했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만 보면 늘 저녁을 사 주던 분이 어떻게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느냐고 하시자
공부한 3년이 허망하고 슬퍼서 눈물이 펑펑 났다.
결국 서른 살이 되도록 떳떳한 직장 하나 없다는 것이 한심스러워 학원 사물함에 있던 짐을 가지고 울면서 집에 왔다.
현관 앞에서 짐을 풀지 못하고 엉엉 우는 나에게 엄마가 말하셨다.
“네가 한두 번 떨어졌냐. 눈물 날 이유도 없다.”
그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 말씀이 맞았다.
그래, 어디 한두 번인가.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도시락 두 개를 싸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하늘은 스스로 일어나 노력하는 나를 봤나 보다.
시험에 합격해 7급 공무원으로 일한다.
현재 모습은 다 과거의 누적이라고, 지금의 내 모습에 감사한다.
앞으로 더욱 더 열정적인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매일을 마무리한다.
살면서 눈물 날 이유는 없다.
몸이 아프지 않는 이상, 아니 몸이 아파도 고칠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