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를 찾는 사랑

온리원럽 작성일 13.05.11 22: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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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전화가 문제예요. 남자 친구랑 매일 같은 시간에 통화하거든요, 근데 회식이나 술을 먹는 날 전화가 늦어지거나,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저는 눈 빠지게 기다리면서 마음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누구랑 뭐하느라 전화를 못하나?
결국 다른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저를 깡그리 잊은 거잖아요?
어디서 희희낙락할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기운이 빠지고, 버려진 것 같은 기분에 견딜 수 없어요. 결국 이성을 잃고 남자 친구에게 퍼부어요.”

사랑을 확인하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사랑은 증거를 필요로 한다.
상대방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안 쓰는 사랑을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늘 증거를 확인하겠다고 달려든다면 온전하게 살아남을 사랑도 없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애착이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으려는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떨어져야 할 때 선선하게 떨어지고, 다시 만났을 때 기분 좋게 안기는 상태를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확인하거나 전화기를 보려 하고 이메일을 뒤지면서 온전히 함께하고자 하는 애정의 표현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요.”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확인하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불안감이다.
엄마와 떨어질 때면 울고불고 난리 치는 불안정한 애착 상태의 아이와 같다.

사랑할 때 자신에게 아낌없는 관심과 애정을 주는 대상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기본적인 욕구다. 하지만 의존성에도 수준이 있다.
숨 쉬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함께하고, 알려 하는 것은 지나친 몰입이자 의존이다.
과거에 부모에게 충분히 받지 못한 것을 성인이 되어 파트너에게서 찾으려는 태도다.
삶 전체를 파트너 손에 넘겨주고 무기력한 아이가 하듯 투정하고 요구하면서 그것이 받아들여질 때 완벽한 사랑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의미라면 세상에 사랑은 없다.

사랑의 증거를 찾으려고 할수록 삶의 주체성은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민감해지면서 자신감은 점점 약화된다.
매사가 상처로 기록되면서 그 배경에는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서라고 여긴다.
증거를 찾는 사랑은 외로움과 불안을 낳고 마침내 상대방을 떠나게 한다.
늘 그렇듯이 핵심은 내 안에 있다.
‘내 마음속의 어린아이’를 달래고 보살피는 작업이 선행될 때 사랑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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