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보다

온리원럽 작성일 13.05.12 19: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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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전주를 떠나 객지 생활한 지 4년째가 되어 간다.
돌이켜 보면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오래전부터 독립하고 싶던 터라 집도 없이 직장만 구한 채 10만 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연고지라고는 이모가 사는 부천뿐이라 그곳에 머물렀는데,
직장은 멀리 떨어진 의정부여서 오가기 힘들 땐 찜질방이나, 고시원에 사는 친구 방에서 새우잠을 잤다.

그렇게 7개월 동안 직장 생활하며 번 돈에 부모님이 주신 돈을 보태 허름한 전셋집을 얻었다.
1,500만 원짜리치고는 방도 넓고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살다 보니 집 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겨울이면 보일러가 고장 나 냉방에서 자기 일쑤였다.
부모님에게 말씀드리면 걱정하실까 봐 잘 지낸다고만 했다.

그 무렵 동생이 결혼해서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하루는 부모님이 동생 집에 들렀다가 내게 밑반찬을 주러 오셨다.
기쁜 마음에 식사라도 차려 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도 않은 채 빨리 가야 한다며 어머니를 재촉하셨다.
차라도 마시고 가라며 붙잡았지만 아버지는 길 막힌다고 자꾸 서두르셨다.

그날 밤 10시쯤 전화가 왔다. 부모님이 잘 도착했다고 전화하신 줄 알고 밝은 목소리로 받았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아버지의 우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당황스러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서울에 혼자 두고 오는데… 엉엉엉… 그 집에 너를 두고 오는데…
아빠 마음이 무너져… 엉엉엉… 아빠가 능력이 없어서 너를 도와주지도 못하고… 엉엉엉….”

통곡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애써 밝은 목소리로

“나, 정말 잘 살고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 만나 행복해.”

하자 아버지는 한참을 울다 전화를 끊으셨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있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아빠가 너 두고 내려오는데 왜 이렇게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엄마도 집 보고 너무 마음 아파서….”

난생처음 부모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본 듯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마음속에 기쁨의 샘물이 솟구쳤다.
세상에 무서울 것도, 두려움도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 모든 장벽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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