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큰아들은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가르쳐 주지 않은 단어도 알고, 종종 엉뚱한 말도 한다. 하루는 내게 “아비야, 물 마시고 싶다.” 하는 게 아닌가.
“아빠한테 아비가 뭐야?”
“아빠라고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그랬어.
할머니가 ‘아비야’ 하면 아빠는 바로 ‘네’ 하잖아.”
또 한 번은 감기에 걸려 잘 먹지 못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한마디 했다.
“우리 아들 살이 쪽 빠졌네.”
“아빠, 쪽이 뭐야?”
“‘많이’라는 뜻이야.”
그러자 아들 녀석이 빙그레 웃으며 내 볼에 “쪽!” 뽀뽀했다.
“아빠! 쪽은 ‘많이’가 아니고 ‘사랑한다’라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