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못

온리원럽 작성일 13.05.16 22: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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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모님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논밭에서 손발이 닳도록 일하셨지만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했습니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하고 등교하는 날이면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습니다.
공장에 다니는 아버지를 둔 덕에 육성회비를 꼬박꼬박 내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평생 농사밖에 모르던 아버지가 어느 날 벽돌 공장으로 나섰습니다.
이제 육성회비 걱정은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 보니 아버지가 벽돌 공장 사장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일감을 부탁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 낯설었습니다.
없이 사셔도 남 앞에서 굽실거리지 않는 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아버지가 자신을 낮추신 건 집안 형편과 상관없이 덜컥 대학에 붙어 버린 형과 철

세월이 흘러 저도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때론 부당해도 참고 눈치 보며 살아갑니다.
시골집 안방 벽에 옷걸이 대용으로 박힌 못을 보면 아버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수리에 불꽃이 튈 때마다 훌쩍 튕겨 나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사셨을 아버지, 평생 궂은 못질 견뎠을 아버지가 이제는 허리를 못 쓰고 아랫목에 꾸부정하게 앉아 계십니다.
녹슬고 구부러진 못, 그 한 몸에 온 식구가 무거운 겨울 외투처럼 매달려 살았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버지를 뵙고 오는 길, 가슴에 대못 하나 박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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