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사는 법

온리원럽 작성일 13.05.18 23: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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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일과가 끝날 때쯤, 몸을 의자 깊숙이 묻고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가빴던 숨이 느려지자 눈이 절로 감겼다.

“사장님 계시오?”

그때 누군가 문을 밀치며 나를 불렀다.

“네.”

잠으로 멍해진 정신을 추스르며 일어났다.

“나요, 사장님. 참말 고마워요. 사장님 덕에 하루를 공치지 않았네요. 그냥 갈수 없어 이것 좀 사왔소.”

소매를 끌어당겨 촉촉해진 눈가를 훔치던 할머니가 무언가를 건넸다. 원기 회복제였다.

오래된 재고품을 고물상에 갖다 주기 귀찮은 참이었다.

힘없이 수레를 끄는 할머니를 보고 잘됐다 싶어 드린 것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손쉽게 처분한 것이지만, 할머니는 하루의 노고를 보상받는 귀한 상금으로 여겼던 것이다.

할머니는 내 본심도 모르고 원기 회복제를 들고 왔으니 양심이 부끄러워 딴청을 부렸다.

“힘들게 발품 팔아 번 쌈짓돈을 왜 이런데 쓰세요.”

“그래도 감사할건 해야 마음이 기쁘고 편해요. 참말 고맙소. 여태 공짜로 살아온 노인이 아니라 그래요. 자, 이제 가요.”

할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피로가 가슴에서 발끝으로 시원하게 빠져나가는 듯했다.

폐품을 가져간 사람들 중에서 손수 감사를 표현한 분은 할머니가 처음이었다.

할머니 덕에 기운을 얻었으니 나도 뭔가 드리고 싶었다.

간식으로 남긴 샌드위치를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루를 채우고, 하루를 비우는 할머니의 수레가 저만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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