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바람

온리원럽 작성일 13.05.19 19: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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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켜는 상점을 단속한다는 뉴스를 보는데 문득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내가 있는 농암마을 우체국은 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와 한여름에도 선풍기를 틀지 않고 지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이라 농사일로 바쁠 때는 고객이 뜸합니다. 그런데 고객이 한 분도 없는 조용한 날, 현금 인출기에서

“삑! 카드 또는 통장을 넣어 주십시오.”

라는 소리가 났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가 보니 파리 한 마리가 화면에 앉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래, 너도 손님인데.”

하며 그냥 두었는데 우체국에서 동창회를 하기로 했는지 컴퓨터 모니터에도, 국장님 머리카락에도, 업무 보는 주사님의 눈앞에서도 윙윙거려 결국 창고에서 파리채를 꺼냈습니다.

“단골손님이지만 어쩔 수 없네요.”

하고 혼잣말하며 파리채로 톡 때려 기절시켰습니다. 구름이 해를 가릴 무렵, 바람은 또 고객을 모셔 왔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오며

“커피 한잔 먹으러 왔어. 우체국 바람이 제일 시원하다.”

하셨습니다. 아주머니는 직접 기른 나물을 한 봉지씩 나눠 주셨습니다. 6개월 전 농암으로 발령받았을 때 시골로 간다며 안타까워하던 친구 모두 내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합니다. 현금 인출기의 단골 고객님 안부를 묻고, 최고의 호객꾼 바람을 꼭 만나고 싶다며 올해 이곳으로 휴가를 온답니다.
바람이 손님을 이끄는 곳. 내가 일하는 농암마을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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