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할머니

온리원럽 작성일 13.06.02 23: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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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손님이 찾아왔다.

“아줌마, 여기 뜯어진 데 좀 꿰매 주세요.”

“네. 내일 찾으러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참 바쁘게 사나 보다.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옷을 보니 수선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아차 싶었다.
자세히 살펴보고 가격을 말하지 못한 걸 후회하다 처음 수선 집 시작할 때를 생각했다.
옷 수선법을 가르쳐 주신 분의 조언이 떠올랐다.

“첫 마음을 잊지 마세요. 돈을 보면 마음이 둔해집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성장하고 성공합니다.”

결국 옷을 깔끔하게 만들어 주자고 마음먹었다.
여러 곳을 수선하느라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다림질해 걸어 둔 옷이 한결 멋져 보여 뿌듯했다.

마침내 손님이 옷을 찾으러 왔다.
기분 좋게 건네며 말했다.

“이 옷을 즐겨 입으셨나 봐요. 여러 곳 수선했습니다. 이천 원만 주세요.”

그러자 손님은

“조금 뜯어진 데 박은 걸 그렇게 많이 받아요?”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순간 내 노력과 배려가 구둣발로 뭉개지는 것 같아 화가 치밀었다.
손님은 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던진 뒤 쌩하니 나갔다.

팔다리에 힘이 쭉 빠져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한 할머니가 들어오며

“힘들어서 쉬는 거야?”

하고 물으셨다.
나는 얼른 일어나

“어서 오세요. 여기 앉으세요.”

라며 의자를 드렸다.
할머니는 검정 봉지를 내밀며

“이거 국 끓여 먹어 봐.”

하셨다.
봉지 안을 들여다보니 쑥이 있었다.

“웬 쑥이에요?”

라고 묻자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그간 고마운 게 많았는데 내가 줄 게 아무것도 없어서. 눈이 어둡고 다리도 아파서 많이 못 뜯었어.
늘 낡은 옷을 새 옷처럼 꼼꼼하게 손질해 주면서 돈도 조금밖에 안 받아서 미안했어.
그래 내가 오늘 맘먹고 나가 본 거여. 좀 다듬어야 될 거여.”

쏟아지려는 눈물을 꾹 참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수선할 옷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세요. 저는 항상 여기 있으니까요.”

단 몇 분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듯했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행복감으로 꽉 찼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할머니처럼 작은 것에 고마워하고, 말 한마디로 행복을 전해 주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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