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살에 늦은 결혼을 했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놀랍고 기뻤지만 부담감도 컸습니다.
‘이제 꿈 같은 신혼은 다 지나갔구나.’
라는 철없는 생각도 했습니다.
임신 육 개월 무렵 아내가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기 목에 종양이 있습니다. 머리 크기만 한 데다 기도를 눌러서 출산이……. 큰 병원으로 가셔서 검사를…….”
다음 날 저희 부부는 계획했던 대로 전시회에 가고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맛난 것도 먹었습니다. 그날 밤 아내가 말했습니다.
“우리 아기 이제 보내야 할 것 같아. 곁에 있는 동안이라도 최선을 다해 예뻐해 주자.”
저는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습니다.
“미안하다, 아가야……. 널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부족한 아빠는 이제야 알았단다…….”
그때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기를 살리겠다고, 앞으로 절대 눈물 보이지 않는 강한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넉 달 뒤, 아기는 기적처럼 태어났습니다.
생후 보름 만에 열두 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으며 사투를 벌인 아기를 볼 때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저 잘하고 있어요.
’ 하듯이 미소 지어 줄 때도 저는 눈물 흘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칠월이 우리 아기의 첫돌이었습니다.
아직 치료 과정이 많이 남았지만 저희 세 식구는 행복합니다.
현명한 아내, 사랑스럽고 용감한 우리 딸, 그녀들처럼 저도 꽤 근사한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