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의 따듯한 정

온리원럽 작성일 13.07.18 22: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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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7월 새벽, 폭우 때문에 통신이 끊겼다는 연락을 받고 포항에서 울진으로 급히 출동했다.
3시간 넘게 운전해 현장에 도착하니 마을 앞 다리에 부착된 통신 시설이 범람한 하천 물에 떠내려간 상태였다.
그뿐 아니라 물은 농작물과 한우 농가도 덮쳤다.
놀란 소는 주인이 아무리 끌어내려 해도 잔뜩 겁먹은 나머지 엉덩이를 뒤로 빼며 버티고 있었다.

취재하러 온 방송사와 언론사 기자들도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119구조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도 마비된 통신 시설을 복구하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비는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쏟아졌다.
미처 비옷이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은 채 복구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누군가 우산을 들고 뛰어왔다.
이 와중에 또 무슨 큰일이 났나 싶었다.
그분은 내 앞에 서서 숨을 몰아쉬며 통신 시설을 서둘러 복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우산을 쑥 내밀었다.
이미 옷이 다 젖어 괜찮다고 하자 그래도 쓰고 하란다.
나랑 일면식도 없는 분이 비 맞고 일하는 내 모습이 안타까워 우산을 들고, 

마치 첫 휴가 나온 아들을 맞는 엄마처럼 달려온 것이다.
아! 이런 것이 한국의 정이 아닐까.
그때 세상은 살 만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그 우산을 간직하고 있다.
폭우 속에서 느낀 따뜻한 정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름을 물어볼 틈도 없이 바삐 가 버린 그분께, 이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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