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 하숙집에 살 때 일이다.
화창한 봄날이었다.
하숙집 담장을 뒤덮은 장미덩굴이 지저분해가 지치기하는데, 옆집 할머니가 말을 걸어오셨다.
“학생, 전기 볼 줄 알아?”
“네, 제 전공인데요.”
“그럼 우리 집 전기 좀 봐줘. 새벽에 전기가 나가서방이 춥네. 아들 내외는 저녁에 나온다고 했어. 너무 추워서 그래.”
할머니 집에 가서 끊어진 퓨즈를 연결하고, 보일러도 점검했다.
그러고는 할머니에게 전기가 들어오고, 보일러도 돌아가니, 곧 따뜻해질 거라고 말씀드렸다.
잠시 후 하숙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할머니가 하얀 손수건으로 싼 뭔가를 들고 오셨다.
줄게 이것밖에 없다면서 내 손에 쥐여주고 가셨다.
손수건을 풀어보니 먹다 남은 사과 반쪽이었다.
멍하니 쳐다보는데 하숙집 아저씨가 할머니 성의를 봐서 먹으라고 하셨다.
나는 사과 반쪽을 책상에 두고 산책을 다녀왔다.
조금 있으니 옆집 아저씨가 음료수 상자를 들고 오셨다.
아저씨는 미안하다면서, 사과는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라고 하셨다.
날마다 하나씩 잡수셨는데 하필 오늘 사과가 다 떨어져 반쪽을 남겨 주셨단다.
사과 반쪽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답례품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훈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