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쏟아질 때가 있어요.
어제는 깨를 볶다가 눈물이 나서 재빨리 개수대 물을 틀고 설거지하는 척했지요.
아이 가정통신문을 보니 월요일날 어린이집에서 김장한다고 통깨를 준비해 오라더군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이 늘 갖가지 양념을 보내주셔서 당연히 깨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새 빈 통이었어요.
깨 볶는 일이 뭐 어려울까 싶어 프라이팬에 넣고 볶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해도 잘 익지 않더라고요.
결국 엄마에게 전화해서 깨를 어떻게 볶느냐고 물었지요.
엄마는 “깨? 뭣허게? 야야. 그냥 마트가 서사. 니는 못 볶아. 안 그래도 니 줄라고 볶아 놨어.
엄마한테 와서 가져가.”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김장김치랑 쌀방아 찧어놨응게 갖고 가. 파김치랑 깍두기, 깻잎도 새로 했으니 가져가서 먹어.
애 키우기도 고단한데 반찬 헐 생각말고.” 하셨어요.
“깨 어떻게 볶아?” 하는 물음에 자식 챙겨줄 음식만 잔뜩 말하고 끊으시네요.
나는 목이 메어 대답도 못하고, 깨를 볶던 프라이팬을 베란다에 내놓은 뒤 마트로 향했습니다.
이제껏 내가 잘나서 큰 줄 알았는데, 아이 낳고 깨닫습니다.
나 혼자 오롯이 할 수 있는 건 숨쉬는 일 뿐이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