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가평으로 피정(수도원에서 기도 하는 일)가는데…….”
“엄마, 나 수요일에 구미로 출장 가요.”
부산에 있는 엄마는 가평 오는 김에 내가 사는 안양까지 올 생각이셨나 봅니다.
지난 주말엔 일 때문에 못 내려가서 구미출장길에 들르려고 했는데, 엄마가 먼저 전화하신 겁니다.
전화를 끊은 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시간나면 가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내심 기다리셨나 봅니다.
지금 가 봤자 밤12시가 넘는데다 다음날 바로 올라와야 하고, 만만치 않은 차비도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 씻지도 않고 모자를 눌러쓴 채 역으로 향했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한다고, 엄마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싶어 나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부산 가는 기차 안에서 우는 아기를 달래는 엄마의 눈빛이 참 푸근했습니다.
아기키우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고 여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 말하고 다녔지만, 정작 엄마가 나를 키우면서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생각해본 적 없었습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 둘만 있으니 엄마는 사는 재미가 없으셨을 거예요.
새벽 1시, 집에 도착해 주무시는 엄마를 조심스럽게 불렀습니다.
“엄마!”
“아이고! 아들 왔나?”
벌떡 일어나서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다면 일찍 오는 건데…….
안양에 올라와서도 엄마가 좋아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니 미소가 번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