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뉘우친 왕 - 말레이시아

자뭅 작성일 14.10.21 20: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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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뉘우친 왕
서민층의 모습과는 달리,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받는 임금은 매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현명한 임금인데 말레이시아 설화에는 이런 임금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새로 젊은 임금이 왕위에 오르면서백성들의 삶은 불안해지고 고달파지는 내용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끄다왕국을 다스린「송곳니 임금Raja Bersiung」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말레이인들은 임금에게 불손하다고 걸핏하면 죄를 뒤집어씌워 무고한 백성들을 잡아들이는 고약하고 난폭한 송곳니 임금이 임금 자리에서쫓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뉘우친 후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임금을 더 아끼고 사랑한다.

「왕과 세 명의 도둑Raja dengan Tiga Orang Pencuri」이야기는 옛날 바와 앙인 왕국을 배경으로 한 민담으로 백성과 나라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는 임금을 대신해 정사를 돌보려는 대신들과 이들의 계획을 알아낸 왕이 대신들을 벌하지 않고 용서하는 모습을 그려놓아 말레이인들이 아끼고 좋아하는 민담 중 하나이다. 그 내용을 간추려보았다.

바와 앙인 왕국에 어진 임금이 돌아가시자 왕위를 물려받은 젊은 왕자가 부왕의 죽음을 슬퍼하며 두 달이 넘도록 정사를 돌보지 않고 하루 종일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대신들과 시종들도 얼씬하지 못하게 하자 나라 일을 걱정한 한 대신이 최고대신에게 왕위에 오르도록 제안하였다. 
그리고 대신들은 날을 정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최고대신 집에 모여서 좋은 방안을찾아보기로 약속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이 엄청난 사실을 새임금만 모르고 있었다.


하루는 궁궐 밖에서 한 여자 장사꾼이“지혜요, 지혜! 지혜 사실분안계세요”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차츰 임금의 처소 가까이까지 들려왔다. 임금은 시종을 불러“어서 가서 지혜를 파는 장사꾼을 데리고 오라”고일렀다. 

백발이 성성한 노파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빈 몸으로 임금 처소에 나타나자, 임금은“노파께서 파신다는 게 어떻게 생긴 거지요”하고 묻자 노파는“바로 이 노래입니다. 전하”하고 들려주었다.



잠자는 것보다는 깨어 있는 편이 낫고깨어 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편이 낫고앉아 있는 것보다는 서 있는 편이 낫고서 있는 것보다는 길을 가는 편이 낫다네.


그날 밤, 쉽게 잠을 이룰 수 없게 된 임금은 낡고 다 해진 옷 한 벌을 찾아입고는 아무도 몰래 궁궐을 빠져나왔다. 캄캄한 밤거리를 혼자서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데 어디선가 두런거리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다가가 보니 검은 옷을 입은 세 사람이었는데 한눈에 도둑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임금은 이렇게 시를 읊었다.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둘보다는 셋셋보다는 넷이 낫다네.


그러고는“나도 여러분과 함께 일하고 싶으니 무슨 일이든지 시켜주시오”하고 간청했다. 
최고대신 집에 들어가 값진 물건을 훔치기로 하고 서둘러떠날 채비를 차리는 도둑들 앞을 임금이 가로막으며 각자 무슨 재주를 갖고있는지 알아야 일을 쉽게 성공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첫째 도둑은사람을 잠들게 하는 재주를 갖고 있으며, 둘째 도둑은 잠긴 문을 딸 수 있으며, 셋째 도둑은 짖는 개를 조용하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임금이“난 죽은사람도 살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하자 도둑들은 신바람이 났다.

네 명의 도둑이 최고대신 집에 도착하였을 때는‘임금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문서가 이미 꾸며져 있었다.


사람들을 잠에 빠지게 만들고, 재빨리 잠긴 문을 열고 그리고 개들을 짖지못하게 만들어 놓은 세 명의 도둑은 가져온 보따리 속에 보석들을 챙겨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편, 임금은 최고대신이 얼굴을 파묻고 잠들어 있는 탁자 위에 놓인 종이한 장을 집어들고 내용을 읽어본 후‘가장 아끼고 신임했던 신하가 짐을 배신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니’하면서 깊이 탄식하였다.
임금은 도둑들에게 훔친 물건을 셋이 똑같이 나누어 가지게 한 다음 닭의깃털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날 밤을 잊지 않기 위해 각자 머리에 꽂고 다니기로 약속하고 나서 임금도 머리에 똑같은 것을 하나 꽂았다.


이튿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의관을 갖추고 조정에 나온 임금을 본 대신들이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하였다. 

임금은 최고대신에게 요즘 나라 형편이 어떤지 물었고, 최고대신은 백성들이 태평성대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염려마시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임금은“그런데 어째서 세명의 도둑이 나라를 온통 어지럽히고 다니느냐”고 물으면서 백성들을 곧 궁궐 앞마당에 모으도록 일렀다. 최고대신은 간밤에 자기 집에 도둑이 든것을 임금이 알고 있을까봐 염려가 되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임금 앞에불려나온 백성들에게 임금은 닭털 깃을 머리에 꽂고 있는 세 명을 가리키면서“이자들이 도둑이니 당장 하옥하고 목을 베도록 하라”고 최고대신에게영을 내렸다.



첫째 도둑이“우린 모두 네 명인데 저희 세 명에게만 벌을 주심은 공평한처사가 아니옵니다”하고 말하자, 임금은 품속에서 깃털 하나를 꺼내 머리에 꽂았다. 도둑들은 그제야 넷째가 임금임을 알아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였다.

임금은“최고대신을 당장 묶도록 하라. 이자가 왕위를 노리고 나를 배신한 흉악한 무리의 우두머리였도다. 게다가 어젯밤에 최고대신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도 이 나라가 평안하다고 짐을 속였노라”하고 불같이 호령을 내렸다. 
최고대신은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해명하면서“이나라와 백성들을 돌보실 생각은 않고 슬픔에만 잠겨 계신 전하를 대신해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 나라를 책임지고 다스려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하고 말했다. 

최고대신 말이 옳다고 생각한 임금은 지난 일을 깊이 뉘우치고 모든 신하들과 백성들 앞에서 사과하면서 앞으로는 임금으로서 백성의 평안과 나라의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하였다. 
세 명의 도둑은 궁궐에서 임금의 신변과 재산을 지키는 호위병이 되었고, 바와 앙인 왕국은 현명하고 공정한 임금의 다스림을 받아 번성하고 태평한 나라로 이웃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출처http://www.unescoapceiu.org/board/bbs/board.php?bo_table=k4113&wr_id=21&sca=%EA%B5%AD%EC%A0%9C%EC%9D%B4%ED%95%B4%EA%B5%90%EC%9C%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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