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었습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
하나의 낙엽을 주웠습니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은
얼마간 그런대로 아름다웠지만
그 낙엽은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고
비 맞고 눈 맞고 사람들에게 밟혀서
후미진 구석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찢긴 낙엽이 대부분이었음에도,
이 낙엽은 이리저리 밟혀 찢어지고 너덜거리면서도
용케도 형체는 그런대로 유지했더군요.
마침 오후 두 시 반쯤이었는데,
따사로운 햇볕이 낙엽에 비치는 순간,
그리도 힘없는 낙엽 색깔이
한순간 너무나도 화사한 주황색으로 빛을 발했습니다.
저는 이 낙엽을 바닥에 놓고
햇볕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낙엽을 찍었습니다.
- 소 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