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에는 좋은 친구가 되는 세 가지 조건이 나와 있다.
(인간관계를 열어주는 108가지 따뜻한 이야기, 이상각 지음)
첫째, 친구의 잘못을 일깨워주는 사람
둘째, 친구의 행복을 기뻐해 주는 사람
셋째, 친구의 고난에 함께하는 사람
‘친구는 긴급할 때 알아볼 수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친구라도 흉허물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친구인가.
어느 한 마을에 동문수학한 친구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 격려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 친구가 먼저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을 받아 떠났다.
남은 친구는 불행하게도 계속 과거에 떨어졌다.
그의 공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그의 가족들은 피죽에 나무뿌리를 캐어 먹으며 견뎠다.
그러나 더는 버틸 수가 없게 되자 부인은 남편을 채근했다.
“ 친구가 벼슬자리에 있으니 식량을 얻어와 봐요.”
그는 출세한 친구에게 구걸한다는 것이 멋쩍었지만,
누구보다 친한 사이였기에 이해해주리라 믿고 그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 사이에 마음이 변했는지 자기가 왔다는 말에 친구는 만나주지도 않고
아전 졸개들을 동원해 육모방망이 세례를 주기까지 했다.
그는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이를 악물었다.
“ 그래 이놈, 내 반드시 과거에 급제해서 우정을 배신한 너를 응징해 주마.”
한 맺힌 친구는 그 길로 집안은 돌아보지도 않고 깊은 절에 들어가 책이 닳도록 공부를 했다.
그러길 몇 년, 마침내 그는 과거에 장원급제하였다.
이제는 되었노라고 눈을 부라리며 집에 와보니,
포동포동하게 살찐 자식들과 어여쁘게 단장을 한 아내가 그 원수 같은 친구와 함께 자신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분기탱천하여 소리를 질렀다.
“ 이, 이놈, 네가 나를 괄시하다 못해 이젠 내 마누라 까지...,”
그러자 친구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 의심하지 말게, 자네가 학업에 지쳐있는 것 같아 내 일부러 질끈 눈을 감았었네,
자네가 떠나 있는 동안 가족들은 내가 잘 보살폈다네.”
“ 아아, 이게 무슨 말인가?”
그제야 전후 사정을 알게 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친구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인간관계를 열어주는 108가지 따뜻한 이야기, 이상각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