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관련 시 모음

녹조라떼 작성일 15.09.04 13: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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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맑아지는 가을에는 
달빛이 깊어지는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는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가을에게 
자꾸만 내가 부끄러워진다
(강인호·시인) 

 

 




+ 가을 

툭…… 
여기 
저기 
목숨 내놓는 소리 
가득한데 
나는 배가 부르다
(나호열·시인, 1953-)

 

 




+ 가을의 소원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안도현·시인, 1961-)

 

 

 




+ 솔로몬의 계절

가을, 
황금 들녘, 천고마비 
풍요의 계절입니다. 

아닙니다. 
추풍낙엽, 스산한 산천 
슬픔의 계절입니다. 

그래요. 
희로애락, 풍요와 빈곤 
이율배반의 계절입니다. 

미묘한 생각의 차이가 삶의 무게를 달리합니다. 
(이영균·시인,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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