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사 담당자의 조언

돼지왕 작성일 15.10.06 23:44:50
댓글 13조회 8,080추천 16
점심 먹으려 가려는데 아내가 제 글이 베스트에 올랐다고 문자를 했네요.
여러 댓글 공감, 반대, 비판 등등 모두 감사합니다.
희망을 갖고 살아야지요.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네요.

같은 공단 내 300명 규모 회사에 다니는 - 뭘급은 저보다 딱 20만원 더 받는 -
친구의 경험담을 올립니다.
채용공고를 올려도 뽑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 회사는 문제가 있거나 평소 불만이 많은 부서나 직원들을 찍어서
잡코리아 같은 데다가 채용공고를 낸다고 합니다. 그러면 잠잠해진다고 하네요.
갑과 을의 관계란게 이런건가 쓴웃음이 나는 에피소드입니다.
간혹 면접까지 실제로 보면서 회사가 직원들 상대로 시위를 한다는데...
구직자분들은 지원하고 면접봐도 연락 없으면 그냥 잊어버리고 더 나은
기회에 도전하세요.

거기가 어디냐고 먼 지방시골 회사 아니냐고 묻는 글들이 있네요.
참고로 여긴 지하철 4호선 아래 경기도쪽입니다.
이러면 다 아시겠죠?




경기회복이라는데 토요일에 외출은 커녕
아내는 마트가는 기름 아끼자고 큰 애만 데리고 동네 시장엘 갔습니다.
전 30대 후반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입니다.

중소기업들 대부분 비전없고 일 많고 월급 짜서
괜찮은 사람들 뽑으면 대부분 2년 이상 못 보는게 현실입니다.
단순 근로나 저 같은 관리부는 별 수 없지만
무역부나 개발부 같은 외국어 잘하고 석사이상 기술 좋고
머리 좋은 사람들은 나름 때 되면 눈치 채고 다 떠나더군요.

그래서 전 거의 두 달에 한 번씩 채용공고를 내고 노동부 워크넷에
등록하고를 반복합니다 .공고내용은 늘 똑 같습니다.
즉 시행착오는 매번 겪지만 달라질 건 없다는 거죠.
혹시 중소기업에라도 지원하실 분들은 다음 내용들을 함 챙겨보세요.

1. 초임보다 상급자 임금을 알아보고 지원하세요.

중소기업 대졸초임이 연봉 1천8백~2천인데
규모나 수익구조 상관없이 연봉 2200만 이상이면 실력있는 신입들 낚으려는 회사의 술수입니다.

즉, 초임을 적당히 줘서 뽑고 일시키다 보면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은 계속 다닌다는 계산이죠.
사장이 이런 사람들 칭찬하고
"팀장감" 이네 "키워주겠네", "기대가 크다" 뭐 다 X소리죠. 그러다 나이 먹고 처자식
늘어나면 다 선배들 꼴 납니다.

울 회사 과장까지 10년~12년 걸리는데 연봉이 3천만입니다.
공장장님이 (50세)이 4천 가져갑니다. 정년 55세인데 이제 애들이 대학 들어갑니다.
나중에 누구 원망 안하려면 초임보다 윗사람들 급여정보 빨리 수집하세요.


2. 회사 위치는 대중교통과 자가용 출퇴근을 구분해서 미리 확인하세요.

채용공고에 지하철 무슨 역 이라고 위치정보 올리는데 수도권에서 서울 빼고
전철역 근처에 있는 회사들 별로 없고 특히 여기처럼 공단들은 전철역에서
도보로 오기 쉽지 않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근무위치나 환경이 열악하니깐 만회하려고 올리는 것
뿐입니다. 누구나 그걸 보면 전철로 통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울 회사 직원들 - 통근버스 지원 없음 - 다 자가용이나 카풀합니다.
박봉에 차량유지비까지 이중으로 힘들죠.


3. 사장 말에 너무 기대걸지 마시고 기존 직원들과 잘 지내세요.

자주 울 사장이 면접 때 지원자들에게 기존 직원들을 욕하고 다 쫓아 낼 것처럼
말하고 여러분들이 회사를 바꿔야 우리가 발전한다라는 식으로 부추기곤 합니다.
참, 어이 없습니다. 지금 회사를 만든게 누군데 그런 소리를 하나요. 과거 몇몇
철없는 애들이 사장말만 믿고 기존 직원들을 우습게 대했다가 소위 "왕따"를
당해 자기 발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업무협조 안해주고 안가르쳐주는데 지가
별 수있나요? 텃세라고요? 오히려 환상을 깨주려고 많이 도와줍니다.


4. 중소기업 멀티플레이는 한 분야도 제대로 경력 못 쌓는다는 말입니다.

제가 인사담당이라고 소개했지만 중소기업에서 인사는 채용, 급여, 4대보험이
관리부 일입니다. 누가 나가기라도 하면 사장이 몇 일 고민하면서
누구한테 떠 넘길까 - 인건비 줄일까 - 희생양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울 회사 품질담당 김 대리는 QC도 바쁜데 구매까지 합니다. 가끔
영업사원 대신 A/S 나가고 나가는 길에 수금이랑 우체국 등 잡심부름들까지
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멀티플레이어요?" 착각하지 마시고 중소기업 들어올 분들은 그냥 체념하고
일하세요.

대졸신입들이 계장 쯤되면 일도 손에 익고 불황으로 일자리가 없어 그냥
참고 티 안네고 네, 네..하면서 묵묵히 일하지만 자기들도 눈치가 있으니 이런
경력으로 다른 회사 특히, 상향 이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5. 칼출근 칼퇴근은 없습니다.

회사출근시간은 임금계산을 위한 규정일 분입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중소기업 사장들은 일이 없어도 다 했어도 늦게 까지 남아 있는 걸 좋아합니다.
공단 기업에 입사하려는 분들은 통근버스를 이용을 추천합니다.

간혹 연봉 2천에 차 뽑는 신입들이 있는데 대부분 포기하더군요.
공단은 그야말로 주차전쟁입니다. 내 회사 근처에 대려면 남들보다 적게는
반시간에서 한 시간 이상 일찍 와야 됩니다.

사장이 월급주는데 해 떨어지기 전에 퇴근하면 손해라는 의식을
갖고 살기 때문입니다. 자기 일 아무리 잘해도 단지 남들보다 퇴근이 빠르다는
이유로 진급에서 누락됐던 울 회사 이 모 과장이 좋은 예입니다.


6. 자기계발은 집에 두고 출근하세요.

의지가 강한 신입들이 주말반 영어학원이나 자격증 온라인 강의 등을 하는데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지 일년 이년 지나면 다들 포기합니다.
중소기업은 내부경쟁이나 업무고과 등 골치아픈 일 없이 단지 자기 일 하고
사장 돈 벌어다주는데 지장없으면 세월이 그냥 지나갑니다.

진급 못하거나 줄 잘못서서 정기인사 때 자기 운명을 점칠 스트레스가 없어요.
하지만 사람이 적당한 긴장이라도 있어야 절박하고 뭔가 찾아서 하려고 하지 여기 공단처럼
출근표 찍고 퇴근표 넣고 집과 회사를 왕복하다보면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7. 채용공고 너무 믿지 마세요.

울 회사 무역부 채용요강은

1) 신입 - 대졸, 영어 원어민 수준, 제 2외국어 가능자 우대,
외국거주자, 외국학위 소지자 우대

2) 공통 - 차량 소지자 우대, 컴퓨터 능숙
기타 각종 자격증 소지자 우대

3) 경력 - 대기업 출신 또는 상장회사 출신 우대
영어 원어민 수준, 제 2 외국어 가능자 우대
당장 성과창출 가능한 분 우대
이 정도입니다.

사장 욕심은 이해하지만 참 기가막히죠. 그런데 저런 스펙의 구직자들은
절대 공단 중소기업들이나 소기업들에 지원 안한다는 겁니다.
신입들은 자기 눈높이가, 경력직들은 자기 자존심이나 생계유지가 안되고
거주지 이전이 어려워서 절대 이력서 안 보냅니다.
즉, 적당한 스펙이 되시는 분들은 면접기회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절대 차가 없거나 제 2외국어 못하거나 토익 점수가 안되서 미리 포기하지
마시고 함 지원 해보세요. 믿져야 보전이죠 뭐.

그리고 혹시 저 정도 스펙이 되시는 분들은 다닐 각오가 아니면 제발 지원
하지 마시고 면접도 오지마세요. 절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봅니다.
한 번은 모 그룹사 출신이 지원했다가 와 보니깐 회사 꼴이 맘에 안들었는지
연봉협상이 실패했는지 입사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입지원자들
중에서 토익 8백 넘고 자격증 몇 개 있는 대졸들이 이력서를 내더군요.
그런데 나중엔 한 명도 채용을 못하고 입사 포기하고 전화도 안받고 이러다보니
눈만 높아진 사장이 그 다음 채용 때 스펙 높은 사람들이 널렸는데 왜 채용을
못하냐고 저만 들들볶아 댑니다. 차라리 사장이 밖에 나가서 지가 데리고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8. 꿈과 욕심이 큰 분들은 아니다 싶으면 지원하지 마세요.

제가 사회생활 10 여년 해보니 회사 간판이랑 서울에서 노는 게 중요하더군요.
아주 뼈저리게 느낍니다.

소위 질 좋은 인맥 쌓는 게 중요합니다. 큰 물에서 노는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학벌 좋고 실력 있고 집안에 뒷받침도 튼튼하고 하니 사회에서 선후배들
, 그리고 학교모임, 직장 내 모임, 그리고 밖에서는 대기업이나 좋은 직장에서 일하면
그런 사람들끼리 또 모임을 만들어 인적네트워크를 만드는게 유행이더군요.
참 부럽습니다. 모여서 취미활동하고 직무토론이나 정보 교환하고 나중에 경력직으로
이직할 때 회사 소개시켜주고 참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한숨만 나옵니다.
일단 이런 공단 중소기업들어오면 꿈 깨시는게 속편합니다.

울 회사 직원 70명이지만 대부분 외지 출신에 대졸은 관리직이랑 연구직 그리고
생산직 간부들 포함해서 15명 내외입니다. 다 끼리끼리 모였습니다. 누구는 화려하게
살지만 울 회사에선 가끔 퇴근하며 맘 맞는 동료들끼리 감자탕 먹고 기분 좋으면
노래방가는 게 다에요.

백수탈출했다고 처음엔 생기있게 회사생활하던 신입들이나 초급사원들이 친구나
남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직장생활하면서 하는 얘기들 못듣겠습니까?
나중엔 우리회사는 그 흔한 삼겹살 회식도 없냐고 불만이네요. 제가 총무니깐
저에게 화풀이하겠지만 요리조리 회식비랑 복리후생비 줄이려는 사장이 위에
있는데 저라고 별 수 있나요?


아내가 시장갔다 이제 들어오네요...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다음주 면접이 있는데 이번에도 이력서는 100통 넘게 들어왔군요. 이 중에
골라내고 면접통지해도 몇 명이나 올까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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