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회의 이후 이대리와 관계가 껄끄러워 졌다.
약간 어리버리하지만 심성은 착한 이대리는 입사 때부터 일처리에 실수가 많아 많이 혼나는(?) 고문관 스타일이었다.
이리저리 차이다가 결국 나의 직속후배가 되어 조금 챙겨주자 나를 신뢰하고 따르는 후배이기도 했다.
자리로 돌아와 마음이 무거웠다.
이렇게 까지 압박을 해서 내보내야하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대리가 안나고 버티면 내 자리 역시 안전하지 못하니 그렇다고 나를 믿는 후배를 무작정 갈궈서 내보내자니 마음이 저려왔다.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그 순간 메신저로 이대리의 쪽지가 도착했다.
- 과장님. 오늘 저녁 간단하게 둘이서 포장마차 어떠세요?
메신저 내용에 마치 죄지은 어린아이처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하지지만 그것도 잠시 내 자리에 가족들과 찍은 귀여운 딸내미 가족사진을 바라보다가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
둘이서 자주 오는 포장마차에서 이대리는 항상 촉새처럼 떠들었지만 오늘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과장님. 제가 과장님 믿는 거 알죠? 저... 구조조정 대상인거 사실인가요?
사실은 사실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 하아.... 과장님. 계속 다니고 싶어요. 그냥 나가라고 해도 끝까지 버틸까요?
이대리에 말에 나는 '그럼 내가 나가야해!!!' 말을 돌직구로 하고 싶었지만 애써 그 말을 꼭꼭 감추었다.
버티기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어차피 회사는 그 사람을 내보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거고 어차피 진급누락 사소한 트집으로 결국 퇴사를 하게 될거다.
그때되면 위로금도 없고 너덜너덜해진 마음뿐일거니 차라리 이직할 곳을 찾는게 좋을 거다. 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나의 조언에 이대리는 연속으로 소주를 들이키다가 계속 한숨만 쉬었다.
제발 나가라! 겉모습은 이대리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그냥 빨리 퇴사하겠다고 말하기를 애타게 원하고 있었다.
- 네. 과장님 말을 들어보니 이미 저를 버리려고 하는 회사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남아있겠어요. 내일 희망퇴직 신청해서 위로금이나 받아야겠어요.
이대리의 말에 너무 빠른 결정에 내 말은 그냥 조언이고 심사숙고하라고 말했지만 속마음은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
이대리와 술자리가 끝나고 얼큰하게 취해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방금 전 내 마음속 상태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증스러운 이기적인 속마음....
욕이 나오고 구역질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중 딸내미가 좋아하는 치킨집에 들려 치킨을 2마리나 포장하고 와이프가 좋아하는 비싼 하우스 딸기를 한박스나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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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족을 지키는 기둥 가장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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