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인 해리 콜린스가 쓴 중력파 검출에 관한 관찰기입니다.
해리 콜린스는 약 40년 동안 '중력파 협력단'을 쫓아다니며 관련 저서를 쭈욱 써 온 베테랑 작가입니다.
전작들이 중력파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관련 부서의 영욕ㅎㅎ, 의도된 가짜 신호로 인한 반응들에 대해 썼다면,
이 책은 중력파가 진짜 검출이 되고 최초 논문이 게재되기까지의 과정과 후일담을 적었죠.
새삼스럽지만;;
중력파란 질량이 있는 물질이 움직일 때 중력이 펼쳐진 장들이 떨리며 움직이는 것입니다.
우주와 우리 주위에는 중력이 충만하고, 그것들은 우리 자신을 비롯한 온갖 물질들에 의해 항상 떨리고 있죠. 하지만 너무 미세한 값이기에 우리는 그걸 느낄 수 없구요.
하지만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같은 질량이 아주 큰 것들이 부딪힐 때는 라이고나 비르고 같은 중력파 검출기들이 관측할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중력파가 나오게 되죠.
이 책은 블랙홀 두 개가 부딪히며 만든 중력파가 13억 광년을 달려 우리에게 도착한 사건에 대한 것이구요.
책에는 중력파 검출의 과정이 실시간으로 쓰여 있습니다.
어제 의심되는 신호가 잡혔다. 관측기를 켜자마자 잡힌거라서 후달린다 ㄷ ㄷ ㄷ ㄷ
분위기를 보니 어제 그 신호가 진짜인 것 같다 ㄷ ㄷ ㄷ ㄷ
뭐 이런식으로요 ㅎㅎ
저자는 미국의 중력파 검출기인 라이고에 깊이 관련되어 상세하게 기록을 남깁니다.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발전된 라이고를 시험가동하자마자 아주 강한 신호가 잡혔죠.
학자들은 처음의 이 신호가 의심의 여지 없는 중력파 신호라서 얼떨떨 했다고 하죠 ㅎㅎ 뒤이어서 신호가 계속 잡혔구요.
현재 확인된 것만 20개, 불명하지만 의심되는 신호가 50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블랙홀과 중성자별들이 온 우주에서 수시로 부딪히고 합쳐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재밌네요 ㅎㅎ
해리콜린스의 해석이나 중계도 재밌지만,
제게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라이고 서버에서 학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들입니다.
작가가 계속 인용하며 당시 분위기들을 설명하는데 쓰는데, 정말 현장감 넘치더라구요.
그리고 책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는 부분은 과학의 엄밀성입니다.
고전으로 남을 논문을 천여명이 들러붙어 작성하는데,
수많은 이메일로 전해지는 섬세한 논의들과,
어휘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오류나 의심을 찾아내는 과정은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주관적인 판단을 어떻게 어디까지 덜어내고 객관적인 것들만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도 재밌구요.
참고로 저자는 왜 저렇게까지 해야되는가 하면서 질겁을 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저건 아닌거같다고요 ㅎㅎㅎㅎㅎ
단점도 있습니다.
책이 중력파 검출이라는 사건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해서는 작가의 전작들이 계속 인용이됩니다.
특히 초반에요. 개념들을 다시 설명하는게 아니라 전작들의 페이지를 적어놓고 참고하라고 하죠. 그래서 보고있으면 마치 작가의 전작들의 책 광고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덕분에 글은 속도감을 얻었습니다 ㅎㅎ 훅훅 읽혀요.
물리에 대한 교양과학책이라기보다 중력파 협력단의 활동을 옆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거기에 해석을 붙이는 사회과학도서에 가깝습니다.
관련 지식이 있다면 아주 재밌게 보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당연하겠지만 한국의 오정근 박사님도 중간에 출연합니다 ㅎㅎ)
(그나저나 책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