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에 쓰여진 레이 브래드버리의 고전 SF 소설입니다.
저자는 여러 SF 소설을 썼는데 ‘화성연대기’라는 책과 ‘화씨451’이 유명합니다.
특히 화씨451은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재창조되는 고전이 되었죠^^
책을 읽는 행위가 불법이 되어버린 근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TV라는 매체가 막 태동하기 시작한 50년대에 이미 작가는,
다수를 향한 일방적인 정보의 흐름인 매스미디어의 핵심과 위험성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죠.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귀에 작은 무선 이어폰을 꼽고,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미디어에 하루종일 푹 빠져 살거나(귀마개 이어폰이라 부릅니다. 1950년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요!),
조금 여유있는 사람들은 집 벽면 사방에 TV를 설치하고, 화면에 비치는 대중스타와의 가상 대화에 빠져 현실을 잊고 살아가죠.
방영되는 TV쇼에 집착하는 모습은 현대의 모습과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습니다;;
여기서 정부는 대중의 우민화를 목적으로
TV 방영에 집중함과 동시에, 책을 읽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방화수라는 소방수 비슷한 분위기의 마초 집단을 만들어,
책을 읽었을 것이라 의심되는 가정을 찾아가 뒤집어 엎고, 책이 발견되면 집과 함께 태워버립니다;;
대중을 향한 지극히 폭력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세레모니죠;;
여기서 책이 타는 온도인 화씨451이 책의 제목이구요(섭씨233도입니다. 미터법을 써야죠 ㅎㅎㅎ).
방화수 중 한명인 몬테그라는 인물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글을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한다는 것의 상징이자 이미지이죠.
우연한 기회에 사유한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보던 주인공은,
방화수라는 직업을 빌어 무의식적으로 한두권씩 불법으로;;
현장에 몰래 집어 모아서 집에 숨겨뒀던 한무더기의 책을 한 두 구절씩 읽기 시작하고.
주변의 모든것을 계속해서 의심하게 됩니다.
사유와 의심의 반복으로 결국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되죠 ㅎㅎㅎㅎ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후반에 한 무리의 노숙자들과 조우하는 부분입니다.
남루하지만 안색만큼은 찬란한 노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죠.
여기 이 사람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스고, 저쪽에 있는 저 양반은 쇼펜하우어지. 그리고 강건너의 누군가는 마크 트웨인이고. 저 도시의 누군가는 플라톤이고, 월든 1장은 이 쪽 마을에 있고 2장은 반대편 마을에 있고. 러셀의 수필 220페이지부터 300페이지는 또 그 건너 마을에 있지.
다 읽은 책들은 불태워버리며 그들은 스스로를 구전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책들이라고 소개합니다ㅎㅎㅎㅎ 불태워버리는 이유는 발각되면 그걸 읽은 본인도 없어지니까요.
자세한 내용은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구요^^
생각의 흐름이 여기저기로 뻗어나가는 형이상학적인 내용도 있지만
일단은 이야기 줄기가 굵고 재밌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충격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엔딩도 멋지구요.
책의 물성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책 좋아하시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