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이 나서...긴 얘기는 아닙니다

실버리아 작성일 04.04.30 08: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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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106:+::+::+::+::+::+::+::+::+::+::+:1988 2.1일 이 날을 기억하는건 그날이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이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밤 저희 가족들은 모두 할머니 곁을 순번을 정해 지키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지금 몇일째 잠만 자고 계셨습니다...
뇌졸증 정말 이병 무서운 병이더군요...
계속 누워있기만 해서 몸에는 욕창이 생기고 대소변을 받아내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채 죽어가는병...왜 하필이면 이런 병이 할머님께 찾아왔는지...
나이가 많으셔서인지 의사도 가망없다고 진단했고 저희가족은 이렇게 임종을 지키는수밖엔 별다른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날밤 최근 몇일째 계속 주무시기만 하시던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눈을 뜨셨습니다...
너무 기뻐서 가족에게 알리려고 했지만 너무 늦은밤이고 모두가 지쳐있어서 그냥 제가 할머니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제게 뭐라고 하셨습니다...
가까이 입에 귀를 대보았는데 할머니께선 엉뚱하게도 밖에 나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왜요 할머니? 했더니...
할머니께선 할아버지께서 밖에 와 계신데 자꾸 부르신다고 하시더군요...
그순간 소름이 끼쳤습니다...
가족들을 깨울까 하다가 그냥 그만두기로 하고 얘기를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밖에 할아버지가 와계시는데 자꾸 손짓을 한다는것과 그리고 다리밑에 누가 서서 기다리고 있다길래 전 그냥 고개만 끄덕일뿐 할수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전 사실 정신이 오락가락 하셔서 헛것을 본거라고 여겼습니다...
그순간 새벽12시 시계종소리가 울리고 5분쯤 지나서 전화가 왔습니다...
할머니가 잡으시면서 뭐라고 하시는것 같은데 전 잠깐만 할머니란 말만 남기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모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할머니 어떠시니?
응...잠깐 정신차리셨어...왜?
그때 이모님은 방금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면서 꿈얘기를 하셨습니다...
참고로 이모는 그당시 미국에 계셔서 이곳을 오지 못했습니다...
이모께서 말한 내용은...
할머니가 젊었을때의 모습으로 밭에서 김을 매구 계셨답니다...
그래서 엄마하고 부르면서 가까이 갔더니 손짓으로 저리 가라고 하시면서 산속으로 자꾸 들어가시더랍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쫓아갔더니 쓰러져가는 초가집으로 들어가시더랍니다...
그래서 거긴 왜들어가 하면서 따라들어갔더니 할머니께서 머리를 풀어헤친채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이년아 왜 진작에 안왔어?
그리고 이년아 왜 따라들어왔어 빨리 못나가?
하면서 고개를 드는데 입에서 피가 흐르고 너무 끔찍한 모습을 하고 계셨답니다...그래서 놀라서 그 초가집에서 뛰쳐나오면서 비명을 질렀는데...
꿈이 하두 이상해서 깨자마자 전화를 한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머니는 괜찮아 하고 말하고나서...
할머니를 보러갔는데 거기엔...
한곳을 직시하며 누워있는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너무 이상해서 가까이 가보니 숨을 쉬지 않으셨습니다...
할머니께선 그렇게 돌아가셨습니다...
이모님을 보고싶어했는데 억울해서 눈을 뜨고 돌아가셨을까요?
아니면 제게 무슨말을 하려다 못하셔서 눈을 뜨고 가셨을까요...
이후 병풍뒤에서 고개만 살짝 내민채 절 보구계시는 모습의 꿈과 잠을 자는중에 옆에서 함께 주무시고 있는꿈 그리고 군대에서 여러번 꿈을 꾸었는데 할머니는 유난히 저를 아끼시고 좋아하셨기에 제 꿈에 가장 많이 나타나지 않으셨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글을 쓰면서 새삼 일찍 할아버지를 여의시고 평생 저의 어머님과 이모님 키우시느라 고생만 하신 할머니께서 아무도 몰래 숨어서 흘리시던 눈물과...
허리가 굽으셨으면서도 동네앞 가게에서 병팔러 고갯길을 오르시던 모습과...
그렇게 모으신돈을 아끼고 아껴두었다가 주머니 깊은곳에서 동전과 다 꾸겨진 돈을 모두다 제 손에 쥐어주시면서 행복하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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