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사와 박형사가 김한박사의 저택으로 갔을 땐 김한박사가 건장한 청년 5명과 피가 깨끗이 지워진 책을 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형사, 이 다섯명모두 우릴 도울 사람들일세. 여기는 나민혁, 여기는 김영칠, 여기는 노영식, 여기는 신영석, 여기는 진민영. 모두 내가 낸 신문의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지."
"어떤 기준으로 뽑으신 겁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가족문제인데..."
"그런일이라면은 걱정말게."
그들 모두 저택을 나와 김한박사가 마련 해 두었다는 요트가 있는곳으로 갔다. 요트는 무척이나 고급이었다. 한눈에 봐도 한두푼짜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와... 강형사님, 이거 놀러가는 느낌인데요. 여름소풍말예요."
"흠흠... 자네 조용히 좀 못하나? 사람들 있는데서 왜 애같이 구는건가?"
"칫, 알았다구요."
김한박사는 요트에 시동을 걸고 무인도로 출발했다. 모두들 그 섬에 가는데 얼만큼의 시간이 소비되는지도 모르고 그 섬의 위치도 몰랐다. 하지만 김한박사는 이 책만 있다면 걱정할것이 없다고 몇번이고 우리에게 말했다.
"모두들 걱정말게. 이 책이라면 우리가 가기 싫다고해도 그 섬에 데려다 줄걸세."
모두들 긴장한 듯 보였지만 강형사는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더 바짝 긴장한 듯 싶었다. 하지만 박형사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듯 계속 싱글벙글이었다.
"아~ 그 무인도는 어떻게 생겼을까? 보고싶다."
박형사가 김한박사의 손에 들린 책을 유심히 보며 말하자 책이 꿈틀거렸다. 김한박사는 놀라며 책을 손에서 떨어뜨렸고 책은 더 이상 꿈틀데지 않았다. 그 때, 갑자기 배 앞에 커다란 섬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섬의 모습이 보임과 동시에 책이 또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강형사님... 이거 무서운데요..."
"..."
김한박사는 요트를 해변가에 대 놓고는 책을 집어서 무인도로 내려왔다.
"이거 생각보다 크군..."
무인도는 엄청나게 컸다. 나무의 키는 저 하늘에 닿을 듯 하고 굵기는 어른 두명이 끌어안아야도 못 잡았다. 강형사는 요트에서 내리자 먼저 섬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으윽..."
강형사가 숲을 둘러보던 도중 한 마리의 강아지가 내장이 터져 죽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박형사! 박사님!"
그 개의 뒷다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개의 내장은 누군가 손으로 일부러 찢은듯 개의 내장이 나온 부분엔 손자국이 보였다.
"크윽... 이런 섬에 누군가 산다는건가?"
박형사의 말에 책을 피던 김한박사가 얼굴을 살짝 일그리며 숲을 둘러봤다. 그리곤 걱정스레 뒷걸음질쳤다. 그런 모습을 본 강형사가 김한박사에게 다가갔다.
"내 진작 어제 이 책을 읽고 알았어야 했는데..."
"예? 그게 무슨 말이세요? 괜찮으신겁니까?"
"우린... 죽을지 몰라. 이 섬은 살아있어. 저 강아지는 이 섬의 일부이고 그 손자국또한 섬의 일부야. 우리도 섬의 일부가 될지 몰라. 어서 도망쳐야 해!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단말야! 내 말 못 알아 듣겠어? 이 섬이 살아있단말야!"
"박사님!"
그 때, 박형사가 바다를 둘러보며 얼굴에 웃음을 지웠다. 그리고 바다를 계속 쳐다보며 김한박사에게 말했다.
"우리 정말 죽나보죠? 이건 장난이 아닌데요..."
"..."
"..."
우리의 요트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또한 박사가 고용한 고용인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박사는 바닥에 모래를 보고는 그 모래를 파서는 책을 묻어버렸다. 그리곤 숲을 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박사님, 어차피 죽을지 모른단 생각은 하고 온 섬 아닙니까...?"
강형사의 침착한 말에 박사는 책을 묻었던 곳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은 보이지 않았다.
"이 책도 섬의 일부인가? 우린 한낱 이 책의 심부름꾼밖엔 되지 못하는군."
박사는 좌절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강형사는 침착하게 박사의 손을 잡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박사님... 어차피 이 정도의 각오는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박사는 얼굴을 일그리며 땅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의 볼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으윽... 내가 멍청했어... 이 섬에 오면서 내가 뭘 바란것 자체가 잘못이지... 이 일은 역시 내 욕심이 원인이야."
"박사님 저, 저기..."
박형사가 숲속에 무언가를 가리키며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얼굴은 두려움에 가득 차 보였고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강형사는 박형사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그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으윽... 도대체 이게 뭐지?"
강형사가 본 것은 강아지의 뒷 다리를 양손에 쥔 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그 강아지의 다리를 입으로 가져가며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다. 그리곤 씨익 웃으며 숲으로 들어가버렸다.
"으악-! 강형사님 우리 나가요! 빨리 이 섬에서 나가요!"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벌써 나갔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강형사는 주위를 둘러봤다. 김한박사가 사라진 것이었다.
"이런... 박사가 사라졌어... 이 섬은 도대체 뭐야?! 우릴 죽이려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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