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은 디지털 카메라 하나를 장비하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였다. 시골이라 날이 금새 어두워 질걸 대비해
손전등 하나도 가방에 챙겨 넣고 들뜬 마음으로 사진촬영 작업을 위해
집밖으로 나갔다.
도시에 살고 있는 광석에게
오랜만에 와보는 이런 외할머니 댁은 일종에 편안한 쉼터와도 같은 곳이였다.
역시 농촌 마을이라 도시에서는 담지 못했던
자연의 풍경을 마음껏 담을수 있었고, 광석은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매우 흡족해 하였다.
날은 금방 어둑컴컴해 졌고 아직 이곳 지리를 자세하게 모르는 광석은
야경사진은 다음에 미루자고 생각하고, 서둘러 외할머니 댁으로 가기 시작했다.
잿마을 언덕을 지나가던 중 광석은 문득
예전에 할아버지가 해주었던 섬뜩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곳 언덕에는 큰 서낭당 나무가 하나 있는데 예전에 젊은 나이로 이마을에 시집을 온
한 여인네가 시어머니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그 나무에서 목을 메어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론 늘 그렇듯이 그 나무에선 죽은 여인네의 원혼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밤만 되면 그 언덕을 피해가기 일쑤였다고 한다.
할아버지도 대낮에 그 나무밑에서 낮잠을 자던 도중 눈을 떠보니
나무가지 사이로 한 여자가 자신을 처다보며 웃고 있던 적이 있다고 하였다.
광석은 몸을 움츠렸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더욱 소름이 끼쳤고, 더군다나
자신은 지금 그 유명한 언덕길에 있었다.
언덕길을 따라 몇발자국을 더 걷다 보니 말로만 듣던 소문의 그 서낭당 나무가
우두커니 박혀 있었다. 안좋은 소문이 있어서 인지
마치 그 나무는 살아 움직이는 듯해 보였고, 횡량한 바람에 더불어
더욱 으시시해 보였다.
귀신같은건 없을거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그 나무쪽을 향하여 걸어가던 중
광석은 순간 심장이 조여오고 숨이 멎는듯 했다.
너무 놀라서 가슴 한구석이 아파왔고 머리속이 하얘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서낭당 나무 밑에 사람 형체가 보였던 것이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질 않았지만 그 사람 형체는 나무 밑을 이리 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어둠속에 그 실체가 자세하게 보이질 않던 광석 에게는
굉장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심장이 얼어붙는 공포속에서 광석은 자신도 밑기지 못할 행동을 하였는데
가방속에 있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그 장면을 찍으려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매일 올라오는 꽃과 풍경 사진에 더불어 볼때 이런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면
굉장한 이슈거리가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좀더 다가가 나무밑에서 정신없이 뛰고 있는 형체를 보아하니
머리가 긴 여성이였고 나무 밑에서 방방 뛰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귀신이 아니라 무당인가?...'
마치 그 여성은 무당처럼 나무밑에서 춤을 춰댔고 신들린것 처럼
입에선 머라 알수 없는 말로 중얼중얼 거렸다.
그 춤은 괴기하기 짝이 없었는데, 머리는 이상한 형태로 이리저리 움직였고
방방 뛰어서 팔과 다리는 부자연 스럽게 머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곤 했다.
광석은 무의식 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들었고
플래쉬를 터트리며 사진 몇장을 촬영하고 이내 카메라 기능에 내장되 있는
동영상 촬영을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여자가 이번엔 광석을 향해 돌아보았다.
'맙소사....'
여성의 눈동자는 위로 넘어가서 흰자만 보였고 입에는 개거품을 물고 있었고, 그 여성은
광석을 알아보자 마자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물론 아까와 같이
춤은 계속 추면서...
정신이 혼미해진 광석은 앞뒤 가릴것 없이 미친듯이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정신나간 여자의 비명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 퍼져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가까스로 마을에 몇개 없는 가로등에 도착할수 있었고, 그길로 다시한번 무작정 뛰어
외할머니 댁으로 도착할수가 있었다.
자신이 본 그 광경에 대해서 의문점도 많았고 무서운 점도 많았지만
일단 오늘밤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기 때문에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그때 카메라의 사진들을 확인할 생각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마자 광석은 미친듯이 카메라를 찾아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하였다.
자신이 찍은 꽃들과 강물, 흐르는 계곡과 산 들판 등등 아름다운 풍경들이
한장 한장 지나갔고 마침내 문제의 끝에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다시한번 멎는듯 했다.
사진에는 나무가지 사이에 하얀색 옷을 입은 한 귀신이 올라타 있었고,
그 귀신은 나무 밑에 있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움켜지고 있었다.
그 여자는 춤을 추고 있던게 아니었던 것이다.
뒤에 3장의 사진을 더 확인해 보니
역시 똑같은 사진들이었다.
광석은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였고, 그때 마침 카메라는
자동으로 어제 촬영했던 동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귀신은 그 여자의 머리카락을 잡고 잼있기라도 한듯 위에서 빙빙 돌려대고 있었고
여자는 고통스러운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 귀신은 씩 웃으며 광석의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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