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년 전 원자로

강동호 작성일 05.10.14 14: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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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는 20억년 전에 15만년 동안 운행했던 원자로가 있다. 아프리카 가봉의 오클로, 오켈로본도 지역에 이러한 원자로가 16기나 분포하고 있는데, 현대 과학자들은 이 원자로들이 자연상태에서 우연히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보기에는 놀라운 점들이 있다. 특히 환경 친화적인 면에서 이 원자로들은 오늘날의 원자로를 앞서는데, 과학자들은 이들 원자로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핵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응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들 원자로는 1970년대 초 오클로 지역의 광산에서 채굴한 우라늄 샘플을 조사하던 프랑스 과학자들이 발견하였다. 일반적으로 우라늄 속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우라늄-238, 우라늄-235의 비율은 자연계 어디에서나 일정한데, 이 지역에서 채굴한 우라늄 샘플의 우라늄-235 비율은 정상적인 비율의 절반 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우라늄 내의 방사성 동위원소 비율이 다른 것은 이 지역의 우라늄이 어떤 특별한 반응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현대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흡사한 반응이 20억년 전에 이곳에서도 일어나서 하나의 거대한 원자로를 형성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의 알렉스 메식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이 원자로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세히 밝혔다. 유명한 과학지인 ‘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한 그들의 논문을 보면 이 원자로는 30분 동안 작동한 후 2시간 반 정도 휴식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핵분열 반응에서 방출된 중성자들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주위의 다른 원자핵들에 흡수되지 못하고 추가적인 핵분열 반응에 기여하지 못한다. 추가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중성자들의 속도를 늦춰줄 만한 매체가 필요한데 오클로의 원자로에서는 물이 이 역할을 했다고 추정한다. 물이 중성자들의 속도를 늦추어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고, 핵분열반응 수가 증가하면 많은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로 물은 증발한다. 물이 증발하면 속도 조절 매체가 없어져 중성자들은 연쇄적인 핵분열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게 되고 원자로 내의 열이 식어 물이 찰 때까지 휴식시간을 갖는다.

한편, 이 핵분열 반응에서 크세논이라는 기체가 발생하는데 이 기체는 크립톤 기체와 아울러 현대의 원자로에서도 발생한다. 이들 기체는 현대 원자로에서는 그냥 공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는데 이 고대 원자로에서는 주기적인 냉각으로 인해 인산 알루미늄 결정 속에 갇혔다고 한다. 이 크립톤 기체는 현대 원자로의 주요한 폐기물로서 공기 중으로 그냥 방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오클로의 원자로를 연구함으로써 더욱 안전한 현대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메식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한 호헨베르그 교수가 말했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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