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제가 겪은 조금 무서웠던 일을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서영훈 작성일 06.07.23 05: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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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코너가 다 있네요.. 정말 실제 본인들이 겪었던 일처럼 생생한 경험담들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도 지난겨울에 평생 잊지 못할 무서운 경험을 한적이 있어서 한번 들려 드리고 싶

네요.. 처음으로 글올리는건데 안 믿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이름을 걸고 사실임을 먼저

밝힙니다..



작년 11월말 엄청나게 추운날이었죠.. 저희 사무실건물 리모델링한다고 사정상 노가다아저씨

들과 밖에서 주로 일을 하던 관계로 항상 옷을 두껍게 껴입고 낮시간을 보내던 저로서는 군대

제대할때 하나씩 챙겨나왔다는 아저씨들의 오리지날깔깔이가 겨울만 되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습니다.. 잡부아저씨들과 불붙은 드럼통옆에서 '아 이렇게 추운날엔 야상속에 입던 깔깔이

가 정말 따뜻했었는데' 예비역들은 잘 아시죠.. 깔깔이가 얼마나 따뜻한지... 츄리닝바지에 깔

깔이만 입어두 따뜻하잖아요.. 사회에서는 파는데두 없고 해서 하나 챙겨나오지 못한것을 참 많

이 아쉬워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고 차에 시동을 걸러 주차장에 내려갔는데, 누가 제 차옆

에 갓 심어놓은 사람키만한 소나무에 나름대로 깨끗한 편인 b급 깔깔이 하나가 일하다가 막 벗

어 놓은듯 가지런히 걸려 있더군요.. 헐.. ^^; 주변을 보니 사람도 없고 해서 잽싸게 챙겨서 집

에 왔죠.. 등부분에 매직으로 LSM 인지 가물가물 합니다만 이니셜을 써 놨던것으로 기억 합니

다.. 집사람이 알면 당장 갖다 버리라고 할게 분명하니 몰래 빨아서 속 에다가 입고 다녔습니

다.. 신형 깔깔이인지 지퍼로 되어있고 안감이 좀 거칠거칠한게 제가 입던 것 과는 좀 달랐지만

(저 94군번입니다 ^^;) 나름대로 사이즈도 잰듯이 딱맞고 라벨에 군용마크를 보니 이렇게 귀

한것을 누가 깜빡하고 걸어놓고 갔는지 너무 고맙더군요...

다음날인가에 깔깔이만 입고 베란다에서 찬바람맞으며 담배를 피워서 그런지 심하게 감기가 걸

려서 하루종일 누워 있었습니다.. 집사람이 이 옷 어디서 났냐고 묻길래 친구한테 하나 뺏어왔

다고 둘러대고 넘어갔지만, 한 5-6년만에 정말 제대로 앓는 감기몸살이었죠.. 하루 결근하고

일어나긴 했지만 제가 아무리 감기를 걸려도 2-3일정도 기침 몇번하고 낫는 건강한 체질인데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다되도록 기침이 안떨어지더군요.. 몸에 이상이 있나? 피곤해서 그럴꺼

야라고 생각하면서 태어나서 첨으로 감기로 병원도 갔었습니다.. 감기정도로 병원가는 사람들

이 건강보험료 좀먹는다고 그렇게 욕하다가 막상 제가 병원,약국,병원,약국.. 정말 환장 하겠더

라구요.. 당시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같이 계시던 장모님께서 사위 몸이 약해졌다고 걱정도 많

이 하셨죠.. 처갓집이 멀기도 하고 사정상 제가 너무 바빠서 막내딸 보고 싶다고 장모님이 오셨

더랬습니다.. 며칠만 묵고 가신다고 하신게 한달이 훌쩍 지나가더군요.... 제가 그 한달내내 장

모님앞에서 콜록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먹고 출근 하려는데 집사람이 제가 입고 나가려던 깔깔이보고 "자기 이 옷

주워온거 아냐?" 어떻게 알았는지 딱 그러는 겁니다.. 저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놀라서요..

당연히 아니라고 딱 잡아뗐죠.. 집사람 정색을 하고 다안다는듯이 솔직히 말하라는겁니다.. 뭐

죄지은것두 아니고 걍 불었죠.. 주운거 맞지만 이옷 정말 귀한거고 절대 못버리니 그냥 신경쓰

지 말라구요.. 집사람이 정색을 하길래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아침부터 야단이라고 슬쩍 넘어갈

려고 하는데 장모님께서 들어와 앉으라시더니 꿈얘기를 해주시더군요..

저희 집에 오신지 한 삼일 정도 되던날 (제가 몸살앓은지 한달정도 됐죠) 꿈에 웬 검은 남자가

나타나서 "내 옷좀 돌려주세요..제발 추워서 못살겠어요.." 이러더랍니다.. 그래서 참 별 이상

한 꿈이 다있네.. 하고 넘기셨는데 몇 번이나 같은 꿈을 똑같은 남자가 나타나서 그런 소리를 하

니 집사람 한테 물어 보신겁니다.. 이 집에 밖에서 주워온 옷이 있느냐구요.. 제가 솔직하게 말

씀드리니 장모님이 당장 가서 태워버리랍니다.. 죽은 사람꺼니까 돌려주라고, 그리고 태운 자리

에서 절을 두번 하라시네요..

지금 제 집사람과 처음 만난지 10년정도 되는데 장모님이 신기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뭐 tv

에 나오는 귀신이 보이는 무당같은 분은 아니지만 예를 들자면 꿈에 돌아가신 장인 어른께서 던

지시는 메시지가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던지 하는, 어쨌거나 장모님과 제 집사람의 보통 사람보

다도 훨씬 정확한 꿈이나 예감과 관련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그냥 웃어 넘길수 있는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저는 무당이나 꿈 얘기 미신 같은것은 크게 믿지 않는 성격 이지만 그날 아침에 출근해서 현장

에서 불쬐는 드럼통에 미련없이 벗어서 쳐 박아버렸습니다.. 합성섬유라 검은 연기가 대박 이더

라구요.. 일하는 형님 들이 미쳤냐고 동네에서 신고 들어가면 어쩌려고 연기 피우냐고 난리가

났습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절 두번 했습니다.. 휴.. 장모님 꿈얘기 해주니까 눈들이 똥그래

지더군요..

깔깔이 태우고 난 그 다음날인가부터 신기하게도 기침도 안나오구요.. 때가 되어서 감기가 떨어

진걸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참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먼저 입던 사

람이 무엇엔가 시달리다가 버리고 간것을 제가 줏어 입었던것 같기도 하구요.. 여러분도 절대

로 밖에서 주워서 집에 가져오지 마세요.. 정말 재수없습니다..


짧은 글솜씨로 써내려갔는데 재밌으셨는지 몰겠네요.. 반응이 좋으시면 작년에 아야진으로

단풍구경갔다가 있었던 일두 들려드릴께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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