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가위눌림...

혼돈자 작성일 06.07.23 05: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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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학교 친구 녀석이 하나 있다... 뭐... 서로 농담식으로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한 두번쯤

무서운 얘기를 하나씩 꺼내보기는 마찬가지지만... 이 친구는 이상하게 자기 고향 얘기가

제일 무섭다고 했다... 고향에 귀신이라... 진짜건 뻥이건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애기거리중 하나인지라... 뭐... 나도 우리 고향에 미친 여자가 죽어서 귀신이 되어

밤에 마을을 휘젖고 다닌다는 얘기는 어릴때마다 고향 삼촌과 사촌들에게 상당히 들어온

얘기가 있긴 하다... 그래서 나도 그런 얘기를 친구 녀석에게 간단히 들려주고

-니 얘기도 함 해봐라...- 라고 했더니... 친구는 약간의 난처함의 웃음을 들려주면서...

-이거 진짜 있는 일이긴 하거든...? 뻥인지는 니가 생각해...- 하면서 얘기해 주었다...


이 친구가 사실은 대학을 삼수만에 들어간 녀석이다... 해마다 대학에 붙긴 했는데 맘에

안드는지 조금 다니다가 만 대학도 하나 있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그때는 나도 이 친구를

꽤 못봤던 기억이 난다... 다름이 아니라... 그렇게 학원다니고 고시원에서 혼자 다니기도

하던 친구가 확 결심을 했는지... 아예 시골에 가서 공부를 한적이 있었다... 근데 그 결심을

한참 고민하다 생각하게 된건... 그렇게 조용한 산속 시골마을이 고향인 곳이 이상하게

밤이 되면 시끄럽고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잠결에 들렸다고 했다... 어릴때부터 그 소리에

예민해져서 고향에 갈 때마다 내키지 않는다고 하더라... 설마... 친구도 웬만히 자랐고

이제 그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또 밤중 소동이 있을까나... 하는 생각에 결심을 굳힌 거란다...


그래서 재수하던해 가을... 시골을 찾았다... 할아버지네는 꽤나 큰 옛날집인데... 삼촌들이

쓰다만 방들이 몇개 있다고 해서... 방을 하나 잡고 도착한 첫날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기서 공부하기는 괜찮았다는데 가을이라 논에서 일하는 친척들 눈치가 꽤나

신경쓰였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부터인지... 또 잠을 잘때마다 사람들의 그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욕을 하고... 외치고... 그 때 알았다고 한다

어릴때는 무슨소리인지 몰랐는데... 그 소리들이 '반동분자 색출하라!!' '악질 뭐뭐뭐...' 하는

소리였다고 한다... 도데체 뭐야... 해방직후 좌우대립도 아닌것이... 하는 생각에 이번엔

한번 나가서 무슨일인지 알아보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자신이 그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게 바로 가위에 눌리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 소리가 집앞까지도 들렸다가도

저 멀리서도 들려지고... 그 와중에도 자신은 가위에 눌려서 일어날 수도 없다가 한참뒤에

가위에서 풀리면 그 소리가 다 사라지고 주위가 조용해졌다고 한다...


어느날 친구가 할아버지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자신이 가위눌린 그 일을... 할아버지는

꽤나 놀라시더니... 이 마을도 해방직후엔 상당히 그 좌우다툼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

좌쪽 사람들이 아주 깡그리 처형당했는데... 그게 친구네 큰집 가까운 곳이었다고 하더라...

더 놀라운 건 어릴때 잠결에 들었던 그 시끄러운 소리들은 친구가 가위에 눌릴때마다

있었던 일이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는 것이다... 꽤나 소름이 끼치고 무서운 나머지

친구는 추석때 내려온 가족들과 함께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고 하고...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완전 뻥이네...- 하며 웃어주었다... 하지만 친구 녀석이 -이 얘기만큼은

보장한다!!- 라고 그렇게 다짐을 하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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