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교 때 겪은 실화 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귀신을 본 기억이네요. 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 섬뜩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특별한 경험이라 이렇게 모자란 글로 적어 봅니다.
난 고등학교때 기숙사 생활을 했다.
우리학교는 범생이들이 들끓는 몇몇 학교와는 거리가 멀었고, 덕분에 나도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어울려 잦은 무단 외박과 외출을 하게됐다.
우리 기숙사는 CCTV가 녹화되고 있었지만, 감독 선생님이 다행히 인자하셔서(지금 생각하면 귀찮으셨던 듯) 별로 터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여자들도 기숙사로 불러 들이고 재미있는 생활을 보냈지만... 잡설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지금 부터 할 예기는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이다.
내가 살아생전 처음으로 귀신을 본 건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일요일.
우리 기숙사 학생들은 대부분이 토요일날 각자의 집으로 간 뒤, 일요일 저녁에야 기숙사로 돌아와 일주일 학교 생활을 할 준비를 한다. 그 날은 나와 같이 방을 쓰는 다른 3명의 친구 들 중 한 명은 집에 돌아가고, 나와 다른 친구 두 명이 기숙사에 남아 있었다.
토요일 저녁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외박이나 집으로 돌아간 덕분에 기숙사 내부는 조용하고, 음산하다. 언제나 떠들고 뛰어다니던 기숙사가 그 때부터는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날 난 친구들 두 명과 집에 간다는 거짓말로 감독 선생님을 속인 뒤, 피시방으로 향했다. 야간 정액을 끊고, 실컷 게임을 하다가 일요일 저녁에 들어갈 생각으로. 그렇게 우리들의 게임은 시작됐다. 컵라면도 먹고 마우스를 휘두르며 실컷 총을 쐈다. 그렇게 열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러 다음 날이 되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9시..
난 왠지 속이 불편하고 종아리가 뻐근한 것을 느껴 더이상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러다가 정말 게임하다가 죽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먼저 간다고 한 뒤, 카운터에서 정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라? 그런데 오늘 따라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 조용했다. 시내는 아니였지만, 유흥업소도 많고, 주위에 아파트도 꽤 있어 언제나 사람들이 보여야만했다. 온통 어둠과 적막 뿐.. 가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때의 난 귀신이야기 따위는 절대 믿지 않았고, 오직 인간이 세상의 전부인지 알았다. 그렇게 조금의 무서운 생각도 가지지 않고 기숙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기숙사를 향하는 길은 인도였고, 인도의 오른쪽으로 4차선 도로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왼쪽으론 건물들이 세워져 있는, 그런 흔해 빠진 인도였다.
여름인데도 싸늘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비틀거리며 걸어 기숙사에 거의 다달았을 때 였다. 난 도로를 지나치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근데, 그 때
"타다다닥!"
누군가가 뛰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뛰는건 전혀 이상할게 없는 것이였고, 난 아무렇지도 않게 소리가 나는 건물 쪽을 바라보았다. 나의 왼쪽으로 서있는 건물은 작은 동사무소 같은 곳이였고, 아주 낮은 담벼락과 그 안의 좁은 마당, 그리고 작은 공지 게시판이 보였다.
그리고 난 내 두 눈을 의심할 장면을 보고 말았다.
한 꼬마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뒷모습이 공지 게시판 뒤로 선명히 보였다. 그러니까, 쪼그리고 앉은 모습중에 머리와 손과 앞 발은 공지게시판에 가려져 있고, 엉덩이와 등과 뒷발굼치만 보였던 것이다.
뜀박질이라도 심하게 했는지 가쁜 호흡에 꼬마녀석의 등이 가쁘게 움직이는게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놀라지 않았는데, 동사무소의 작은 입구는 언제나 잠겨져 있었다. 담벼락이 낮아서, 마음만 먹으면 뛰어 넘을 수 있겠지만, 철문의 경우는 언제나 쇠사슬로 묶여져 자물쇠가 채여져 있던 것이었다.
난 얼굴을 찌푸리며 꼬마를 불렀지만 녀석은 대답없이 등만 헐떡일 뿐이었다. 이 동사무소 건물 옆으로 들어가는 셋길이 있어서, 다행히 그 셋길쪽으로 올라가며 동사무소를 내려다 보면 그 공지 게시판 뒤쪽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난 이 늦은 시간에 왠 꼬마가 저러고 있나, 해서 샛길을 따라 조금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게시판 쪽을 바라보았는데, 꼬마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처럼...
난 순간 겁을 집어 먹고 기숙사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리고 집에 갔다 돌아와 있는 다른 친구녀석 한명을 강제로 끌고 오다 싶이 해서 동사무소로 돌아와 담을 넘어 그 안 곳곳을 살펴 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도... 하지만 난 분명 숨을 헐떡이고 있는 꼬마의 뒷모습을 보았다. 분명히.. 그 때 난 머릿속으로 한 현수막을 기억해 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도로에 붙어 있는 현수막..
12살의 아이가 트럭에 치여 즉사. 뺑소니 범인을 찾습니다.
하지만 내가 귀신을 본 장소와는 거리가 조금 있고, 그 아이가 트럭에 치여 죽은 아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은 선명하고, 난 절대 헛것을 본 것이 아니라 맹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