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초소에서

Black_W 작성일 06.09.16 14: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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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만하다가 별 생각없이 제 겪은 이야기를 써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세번째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군요^^

그 당시 저는 무서워서 죽을뻔했는데 글솜씨가 부족한지 무섭게 보시질 않네요.;;;

이번 이야기는 군대 병장시절에 경계근무초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역은 강원도 O천이고 OO사단 경계초소입니다.

물안개가 많이꼈던걸로 기억해 여름날이였을 겁니다.

그 날 부대에 훈련이 있었습니다.

큰 훈련은 아니고 (진돗개였나??) 영내랑 외부 증가초소에서 투입되서

상황만 보는 그런 훈련이였던것 같습니다.

취침시간을 넘어서까지 계속되고있었는데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투입되서 근무를 서다보니

당시 병장 2호봉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인원부족과

행보관의 압력으로 산꼭대기에 있는 초소에 제 후임이랑 투입됐습니다.

사실 저보다 제후임(한달밖에 차이 안나는데)

짬밥도 어지간히 먹었고 한놈이 경계근무간 부사수로 올라간다는게

겪어보신분만 알거에요^^;;

잠깐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2인 1조로 경계근무시 계급순으로 사수와 부사수로 나뉩니다.)

규정상 초소투입을 위한 준비는 같이하는거지만 후임인 부사수가 이래저래 준비하거든요..;;;

그래서 후임과 함께 산꼭대기에 있는 초소를 투입하게 됐습니다.

다른 편한 초소들도 있지만 이 산꼭대기에 있는초소가 제일 안전(?)했답니다.

일단 부대와 거리가 좀 있고해서 올라가는건 힘들지만 올라가면 내 세상이거든요;;;

올라가서 무장해제하고 후임과 함께 담배한대 빨고 그대로 취침 할려고 했는데

이놈(후임)처지가 불쌍해서 이래저래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새벽 4시쯤되어가자 산 뒷쪽에 있는 계곡에서부터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립니다.

제가 있던 초소는 해발 280미터 정도 밖에 되진 않지만

그 물안개가 초소 문앞까지 쫙 깔립니다.

안개가 얼마나 심한지 반경 1미터정도 밖에는 시야 확보가 안됩니다.

영화처럼 자욱한 안개에서 뭔가 튀어나올것같은 느낌이들정도로 음산합니다.

분위기도 좋겠다해서 이야기 주제를 공포로 바꾸고

묘지이야기 해주고 있는데^^;;;

후임이 겁이 많던지라 상당히 무서워 합니다.

그게 재밌어 더 무섭게 말해주고 있자니

자욱히 깔렸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고 산 밑쪽에만 깔려있었습니다.

교대시간 다 될 쯤해서 할 얘기도 없겠다 조용히 앉아있는데

저희가 올라오는 길 쪽 낭떠러지에서 거무스름한게 스물스물 기어 올라옵니다.

다 벗고 러닝하나 걸치고 있는데 깜짝 놀래서

허겁지겁 옷입고 군장 착용후 총을 겨눴습니다.

제가 갑자기 그러자 후임이 놀랍니다.

"왜그러..."

"쉿"

계속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옷입을때는 혹시 누가 조용히 올라와서 근무 감시하나해서 였는데

계속 쳐다보니 올라오진 않고 올라 오려고만 팔만 휘졌습니다.

"야 저거 보이냐?"

"어떤거 말씀이십니까?"

"저거 말이야 임마"

이놈 제가 장난치는줄 압니다.

"안보이는데 말입니다."

이놈 살짝 웃습니다.

"장난아니야 임마 저기 잘봐바 뭐가 꿈틀되잖어"

제가 진지하게 나가자 이놈 겁먹었습니다.

"에이 그러지 마십시요, 무섭습니다"

"야이새꺄 저기 잘 좀 봐보라고..-_-+"

이 어처구니 없는 자식 이젠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안개도 걷히고 월광도 조금 있는데

이 물체 완전 까맣습니다.

하체는 안보입니다. 상체만 올라오려고 계속 팔을 움직입니다.

거리도 있겠다 총도 있겠다 동료(?)도 있겠다

무서운건 둘째치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 물체가 엎드려서 땅만보고 팔만 휘저었던 얼굴을 제쪽으로 쓰윽 돌립니다.

역시나 얼굴도 까맣습니다. 무섭진 않았습니다.

(뭐 무섭게 생겨야 무섭지..;;;;)

그리고 계속 팔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게 있던곳이 내려가기 위한 길쪽이다 보니

어차피 한번은 부딫혀야 할 터 총은 후임에게 주고 총에껴놨던 대검만 들고

그놈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육군도 귀신잡는다...뭐 이런생각-_-;;;)

총을주고 다가갈려고하자 후임이 더 겁을 먹습니다.

"가지마십시요..." "괜찮어 임마"

그놈이 눈치 못채게 슬글슴금 다가가고 있는데

후임이 저를 부릅니다.

"OOO병장님 교대자 올라옵니다."

그녀석이 부르는 바람에 잠시 고개들 돌렸다가 다시보니 없어졌습니다.

"에이....."

총은 후임보고 가지고 오라고 하고 저 먼저 산을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중간쯤 내려오면 밑에 교대자와 마주쳐야 하는데 안보입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안보입니다.

"저새끼가...-_-+"

뒤따라온 후임이 도착합니다.

"야이새꺄 아무도 없잖아"

그러자 이놈 흠찟 놀랍니다.

"분명히 라이트로 신호 보내왔는데 말입니다........."

"-_-+"

잘못 봤을수도 있으니 다시 올라가서 교대자를 기다립니다.

한 5분기다자 교대자가 올라오면서 보내는 신호가 보입니다.

또 잘못 봤을수도 있으니 안내려가고 기다렸습니다.

중간쯤 올라오자 헐떡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번엔 진짜입니다.

대충 세명의 형태가 보입니다.

원래 교대는 두명이 올라와서 위에있던 두명과 교대하는 것인데

한명이 더있는걸로 보아하니 순찰하러 같이 올라온 간부입니다.

"누구지?" "철수(가명,당직하사)인가?"

"그런거 같은데 말입니다."

거의 시야에 접근했을즘 계단 끝자락에 있는 펑퍼짐한 소나무를 돌아나오는데

한명이 안보입니다.

"저자식은 올라오다 말고 왜 숨어있는거냐..." "....."

교대 근무자가 저희보다 짬밥이 안되는 관계로 교대절차는 대충 생략하고

"야 저새끼 저기서 뭐하냐?"

"누구 말씀이십니까?"

"철수, 왜 올라오다가 나무 뒤에서 안나오냐?"

교대자왈




"같이 안올라왔는데 말입니다..;;;"

역시 나무에 가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이같은 일이 연속적으로 있자 그때 당시는 무서웠기 보다는 어리둥절 했습니다.

물안개 자욱하게 낀날 귀신들이 더 득실거리나? -_-;;;;

이번엔 물안개 조심하세요.^^;

너무 글이 길게 될까봐 줄였었는데 역시나 이상해서 수정한뒤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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