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에서 미화된 '도겸'

ToT으앙 작성일 06.12.22 12: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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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살펴보면‘삼국지’의 여러 전쟁들(관도대전, 형주침공, 적벽대전 등)은 유비가 영웅들을 이간질하여 일으킨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유비는 당대의 최고 실력자들 즉 여포-원소-조조-유표-손권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 사람이고 이들 세력들이 서로 싸우도록 직간접적으로 유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보다 더욱 한심한 일은 나관중‘삼국지’가 유비를 지나치게 옹호하다 보니 엉뚱하게도 건달 도겸(陶謙 : 132-194)이 주공(周公)처럼 묘사되었다는 것이지요. 도겸은‘삼국지’의 대표적인 유맹(流氓 : 속설로 양아치) 중의 하나인데, 나관중‘삼국지’에서는 조자룡만큼이나 멋있게 묘사되어 있지요. 이것은 유비를 충의지사로 묘사하다보니 유비를 도와 준 그 어떤 사람도 충의지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나관중‘삼국지’에서는 도겸이‘사람됨이 온후 돈독하고 순수하다’고 하면서 선정(善政)을 베풀고 도의심이 깊은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고, 도겸이 서주(徐州)를 유비에게 물려주는 과정은 눈물 없이는 보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나관중‘삼국지’에서 도겸은 단양(丹陽) 사람으로 황건적 토벌에 공을 세워 서주목(徐州牧)이 되었는데 조조의 아버지 조숭(曹嵩)이 도겸의 부하 장개에게 몰살을 당해 조조의 원한을 샀고, 조조의 침공에 항전하다가 유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병으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도겸은 조숭의 죽음에 책임이 없으며 마치 선양(禪讓)의 도(道)를 발휘하여 유비에게 자리를 물려주려 한 듯이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는 다르지요. 실제로 도겸은 조숭을 죽인 사람이고 유비에게 자신의 지위를 물리려 한 것도 궁지에 몰려서 행한 것입니다. 도겸이 죽을 즈음에는 이미 도겸이 통치할만한 영역은 없었고 조조의 침공에 멸망 일보직전이었으므로 도겸의 지위를 계승한다는 것은 멸문지화(滅門之禍)의 상황이었지요.

정사에 따르면 도겸은 도의를 위배하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파렴치하고 악정(惡政)을 거듭한 사람이었습니다. 더구나 하비성에서 궐선(闕宣)이란 자가 천자(天子)를 칭했을 때도 도겸은 그에게 빌붙어서 약탈을 함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시의 가치관으로는 대역무도한 폭력배였지요. 도겸은 인덕도 없어 같은 고향 사람인 손책의 외가(外家)와도 사이가 나빠서 손책은 과부가 된 어머니가 도겸에게 핍박을 받지나 않을까 하여 서주에서 옮기도록 조치를 합니다.

물론 나관중‘삼국지’를 소설로만 본다면 재미있게 꾸미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여러분 대다수는, 저와 같이 중국의 역사를 따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나관중‘삼국지’로 그 시대의 역사를 보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문제라는 것입니다.

특히 나관중‘삼국지’처럼 한쪽에 치우쳐 역사를 보면 인물이 지나치게 전형적(典型的)으로 묘사가 됩니다. 즉 한번 악인은 영원한 악인의 운명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실제의 인간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항상 고뇌하는 인간이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는 영원한 악인도, 영원한 선인도 없고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 행동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선과 악의 판단은 후세에 맡겨야 할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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