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한 대전에는 계룡산이 있습니다. 이곳은 저희 부대의 수색장소중 하나죠. 매주 정기정으로 계룡산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전 친구들에게 농담삼아 계룡산에서 2년간 수행하고 왔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곳에는 육군본부가 있기 때문에 계룡산을 양분해서 한쪽은 등산로구 한쪽은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그곳은 허가맡은 사람만 들어 갈수 있는데 가끔 그곳에서 도를 닦는 도사들을 볼수 있습니다. 저희 주임무중 하나가 도사축출입니다. 일단 허가맡지못한 민간인 이니까요. 정확하게 97년 4월이라 병장달고 어슬렁거리던 시기였군요. 그날도 수색정찰을 위해 산위로 올라가서 분대 단위로 흩어져 돌아 다녔습니다. 말이 수색이지 등산이라고 할수 있지요 ^^* 그런데 문제는 무전으로 민간인 발견이라는 통신이 왔다는 겁니다. 전 "아! 또 어디서 사이비 도사하나 발견 했구나." 하고 어슬렁 거리며 민간인을 잡으러 갔습니다. 무전으로 서로 위치를 확인하며 집결 하던중 마침내 계곡 끝자락에서 도 닦는것처럼 보이는 노인을 발견 했습니다. 3개 분대가 흩어져 민간인을 잡기위해 포위해가고 있었고, 노인이 있던 계곡 끝자락은 절벽이나 마찬가지라 어디 튈곳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노인이 있는곳에 거의 다 왔을무렵 갑자기 노인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진짜 황당해서 눈을 비비고 봐도 갑자기 사라진게 아닙니까. "아차 계곡으로 떨여졌나보다" 하고 허겁지겁 그곳으로 가보는 계곡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희 소대의 황당함은 말로 할수도 없었고, 믿을수도 없었기에 혹시 주변에 동굴이나 땅속에 은신처라도 있지 않나해서 서너시간동안 수색했지만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더군요. 그때문에 저희 소대원들은 한동안 그 노인이 도사다, 귀신이다, 산신령이다 하고 떠들어 댔지만 지금은 군대의 작은 추억만 돼었을 뿐입니다. 그때 저희 4개월 된 신뺑이 소대장이 쓰던 간첩으로 보이는 인물이라는 보고서를 못 올리게 말리던것은 작은 애피소드 일뿐이지요. 정말 그 노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도사라면 제 사주 한번 봐주셨으면 그냥 보내 드렸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