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3년
제 친구는 GOP부대에서 상황병 생활을 했습니다. 상황병은 하루에 한번씩, 소대 간의 연락을 위해서 도보로 다른
소대를 방문합니다. GOP특성상 항상 최소 2인 1조 간부동원으로 이동하는데, 그 날 오후도 소대장과 후임병,
친구 이렇게 셋이서 ㅇㅇ고지(600M높이의 산)꼭대기 본부소대를 향해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GOP 내에선 민간인이 살수는 없지만, 지뢰가 개척된 일부 지역은 논, 밭으로 사용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물론 논, 밭에 가기 위해서는 위병소의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여하튼 셋이 철책 옆 비포장길을 걸으며 열심히
본부소대를 향하고 있는데, 문득 친구가 멀리서 보이는 논을 보니 왠 고라니 같은 동물이 뛰어다니는 걸 봤다고
합니다. 친구는 즉시 소대장에게 이야기 했고 소대장은 유심히 지켜보더니 갑자기 무전기로 중대 상황실에서
경계망원경으로 살피라고 지시 했답니다.
친구는 왜 그러나 싶어서 후임병을 쳐다보니 후임병 역시 소대장처럼 심각한 얼굴로 굳어 있었고, 이상하게 여긴 친구가
논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너무 놀라 주저 앉을 뻔 했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논을 뛰어다니는 것은 고라니가 아니라,
저고리 입은 할아버지가 두 손을 땅에 대고 네 발로 빠르게 기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나중에서야 알게된것이지만... 한 할아버지가 농가에 살고 계셧는데 할머니와 사별하시고 혼자 외롭게 사시다
도시에 사는 자식에게 놀러 갔더니 좋은 분이 있으면 사귀시라며 양복과 렌즈를 맞춰주었고, 집에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온 동네에 자랑을 하시면서 매일 렌즈를 끼고 다니시다가 그만 논에서 일할 때 잃어버리셧다고
합니다...
그 후 할아버지는 그렇게 렌즈를 찾으시다 병이 드셧고 돌아가셧고... 후에 원혼이 되어 아직도 찾아 헤메시는게
아닐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