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인간의 의식을 다운로드한다

Key선장 작성일 07.04.06 19: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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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런들의 숲]

 

 

 

인류의 뇌에 대한 탐구는 뇌를 복제하려는 ‘야심(野心)’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인 IBM은 스위스 로잔공대(EPFL) 두뇌정신연구소와 함께 세계 최초로 정밀한 컴퓨터 뇌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블루 브레인(Blue Brain)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연구는 영장류의 출현과 함께 발달해온 대뇌 신피질과 닮은 컴퓨터 모델을 만드는 것. 신피질은 인간 뇌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언어, 기억, 분석, 판단 등 뇌의 가장 복잡한 기능을 담당한다.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 연구책임자인 헨리 마크램 로잔공대 교수는 “IBM의 수퍼컴퓨터 블루진을 이용해 2~3년 안에 3차원 신피질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1차 과제”라고 밝혔다. 이를 기초로 감정을 담당하는 구피질, 원초적 본능을 담당하는 뇌간 등 뇌의 다른 부분으로 모델링 작업을 확대해 10년 안에 인간 두뇌 전체에 대한 컴퓨터 뇌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두뇌의 작동 과정을 완벽히 재현해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함으로써 두뇌의 신경회로 이상으로 발생하는 각종 정신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며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게 연구의 목표다.

 

 

인간의 뇌에 도전하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21세기 중반에 가면 심지어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로 다운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이언 피어슨 브리티시텔레콤 (BT) 미래학 팀장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2050년이면 인간의 의식을 수퍼컴퓨터로 다운받아 저장할 수 있으며 2075~2080년까지는 이 기술이 널리 보급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육체의 죽음을 넘어서는 영혼불멸의 시대가 과학의 발달로 도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를 복제하고 뇌의 기능을 대체하려는 이 같은 노력이 아직은 뚜렷한 한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의 뇌를 비슷하게 흉내낼 수는 있지만 뇌와 똑같은 것을 만들기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신비한 부분이 너무 많다.

 

 

예컨대 기억작용의 경우 뇌에서 이뤄지는 것이 명확하지만 어떤 세포와 시냅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메커니즘은 아직 비밀에 싸여 있다. 기억이 어떤 세포에 어떻게 저장되는지를 규명할 수 있다면 기억이 손상되는 질병인 치매의 치료도 가능해진다.

 

 

기억의 메커니즘에서 또 규명돼야 할 것은 어떻게 인간의 기억이 지워지느냐는 부분이다. 인간의 뇌가 모든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면 뇌 기능 자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지만 뇌는 한번 기억한 것을 적극적으로 잊게 하는 메커니즘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시각정보, 운동정보가 뇌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지되느냐는 것도 아직 연구의 초보 단계에 와 있을 따름이다.

 

 

인간의 뇌가 뛰어난 것은 유전적 제약을 뛰어넘어 자율적으로 기능하고 학습하면서 발전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학습이 불가능하지만 뇌는 학습이 가능하다. 여기서 불가사의한 것은 뇌세포도 간이나 심장세포처럼 원래 1개의 수정란이고 완전히 같은 유전자의 세트밖에 갖고 있지 않은데 왜 뇌세포만이 유전적 제약을 넘는 ‘독특함’을 획득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것 역시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인간의 뇌는 과학의 도전을 거부할 만큼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다. 우리 뇌 속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있다. 이것은 은하계에 있는 별의 수와 맞먹는 규모다. 하나의 뉴런은 이웃해 있는 수천 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돼 있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감을 잡을 수 없는 장대한 세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움직이고 팽창하는 또 다른 우주가 바로 우리의 뇌다.

 

 

인류가 개가를 올린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DNA를 조사하여 어디에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를 밝히는 이른바 ‘지도 만들기’였다. 다음은 뇌다. 1000억개가 넘는 뉴런이 만들어 내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뇌 지도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할까. 완벽한 뇌 지도를 그리기 위한 인류의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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